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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 투게더

2010. 3. 18. 23:3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얼론 투게더 Alone Together - 8점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수미 옮김/소담출판사


   주인공 야나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쉽고도 단순하게 초능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야나세는 초능력이라고 부를만한 능력까지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는 능력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자신의 파장과 타인의 파장을 이용하여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초능력이 뭐하다면 책을 읽으면서 시종 생각하게 되었던 비슷한 느낌이 드는 최면술에 능한 능력이라고 해도 될 것 같기는 하다.  여하튼 타인의 깊디 깊은 본심을 끌어내는 능력이 그에게는 있다.  야나세의 아버지가 그에게 이야기했듯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데, 그 간질간질한 마음을 쏟아부을 수 있는 곳, 구멍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야나세와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능력에 대한 해석이었다.  본심을 떨쳐낼 수 있는 항아리 구멍같은...

 

  이 책,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야나세가 의학 교수 가사이 씨에게 다치바나 사쿠라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야나세는 대안 학원의 강사로 있으면서 만나게 된 료지, 료지의 엄마, 미카, 미카의 아버지, 학원 원장 와타리 씨에게 본심을 털어놓게 만든다.  본심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 하지만 굳이 그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야나세 앞에서는 본심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야나세는 다치바나 사쿠라의 깊디깊은 본심도 털어놓게 하고싶은데...

 

  사람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좋은 것일까.  그렇게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적당히 마음을 감추고, 숨기고 싶은 본심은 깊디깊은 곳에 파묻어버리기도 해야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속내를 모두 보이면서 더불어 살 수는 없다.  거짓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말하고싶지 않은 것,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마음은 묻어두기도 하자는 것일 뿐이다.  굳이 자신의 무의식 속 진심까지 파헤쳐 다 토해낸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책에서처럼 자신의 깊디깊은 곳에 숨어 있던 본심을 털어놓는 순간, 저주를 인생의 자락에 베어들게하고 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칼을 들고다니며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혔던 료지, 그 본심을 말하고 나서 건실한 청소년으로 성장하였을까.  그런 아들을 두려워한 료지 엄마는 자신의 본심을 털어내고 홀가분해졌던가.  직장을 잃어 빈털터리가 된 미카의 아버지, 자신의 본심을 말하고 나서 더욱 폐인이 되었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 책의 중심에 선 병원 의사에 의해 어머니가 안락사를 당하고 만 다치바나 사쿠라, 그 아이가 진실을 알았을 때는 엄마에 대한 증오를 멈출 수 없었다.  다만 야나세에 의해 본심을 털어낸 것이 아니기에 그 아이는 저주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다는 일, 그리 행복한 일인 것 같지 않다.  사람이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꼭, 자신의 무의식 속 본심까지 파헤쳐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가 애써 인정하기 싫었던 그런 본심을 꼭, 하나 하나 짚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의 본심이 어떠하든 그냥 사랑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편안함이 되지 않을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도 ' 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혹은 체면때문에 날 사랑하는 척 하는 거야' 라고 굳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 날,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진실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차라리 진실을 모르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재밌는 소설이었다.  자살을 시도한 사쿠라 엄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어둠 속에 숨어버린 본심을 끄집어낸 야나세의 능력을 만나는 일도 그러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본심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싶지만 아직 책을 대면하지 못 한 독자들을 위해서 우선은 침묵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시선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소설이었다는 사실만 알리며 말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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