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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사람, 라벨

2010. 4. 14. 12:13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 8점
하지은 지음/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타인의 소원을 이루어지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라니 생이 다하기전에 꼭 만나고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소원도 들어달라고 말해야지.  하지만 소원을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  그는 딱 하나의 소원만 들어주니깐 신중하게 소원을 말해야 한다.  라벨, 그를 만나야하는데...
 
  롤랑 거리 6번가에 보이드씨의 저택이 있다.  7층의 그 건물에는 층마다의 세입자들이 있는데, 1층의 마레부인은 깐깐한 성품으로 여기저기 참견하기를 좋아하신다.  그리고 그 1층에 박제사가 산다.  뭐든지 박제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그이지만, 설마 이런 것까지 박제를 의뢰받게될 줄은 생각지도 못 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작품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최고의 걸작품이 되어줄 것이라고는... 그래서 그는 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2층에는 가난한 시인 단트가 산다.  자신의 시를 팔아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 굶는 일이 허다하다.   시인 단트, 그는 시처럼 죽는 것을 소원한다.  시처럼 죽음을 맞는다는 것, 시인이기에 가질만한 소원이지 않은가.  시처럼 사랑하고, 시처럼 삶을 살아가고, 시처럼 죽음조차 맞을 수 있다면, 그 시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3층에는 아주 아주 잘생겨서 귀부인들의 바렛으로 인기절정인 아돌프가 부인과 함께 살고있다.  얼마나 잘생겼길래, 모든 여자들이 반하고마는 것일까.  그를 만나보고싶어진다.  잘생긴 아돌프, 과거에 그는 어느 귀족 외동딸의 바렛이었다.  그리고 귀족의 딸과 사랑을 하게 된 낮은 계급의 아돌프는 둘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도망을 하게되었지만, 사랑만으로는 그들 앞에 놓여있던 현실은 귀족의 딸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였다. 
 
  4층에는 경찰 루서의 늙고 병든 아버지가 살고 있다.  루서의 아버지는 과거에 귀족을 죽인 살인자로 경찰인 딸의 앞길을 막아서는 존재이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 루서이다.  그리고 루서를 따라다니는 청년 휴안과 이어지는 과거의 인연이 서서히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는데....
 
  5층에는 중년의 오드리 부인이 살고 있다.  곧 다가올 죽음을 직감하고 있는 오드리 부인은 어느날 하혈을 하게 된다.  그런 오드리 부인의 유일한 행복이라면 라벨과 금요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일이다.  라벨, 그의 모습은 오드리 부인의 첫사랑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기에 말이다.  수술을 끝끝내 거부했던 그녀가 가족과 라벨의 권유로 결국 수술을 받게 되고 그 집도의는 바로 6층에 사는 주스트였다.
 
  6층의 의사 주스트는 보이드씨의 이 저택에서 라벨과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다.  라벨과 주스트, 모두 참 성품이 좋아보였는데, 주스트에게도 슬픈 과거가 있었다.  사랑하던 아내를 자신의 집도하에 수술하다가 죽게 만들었다는 슬픈 과거가 말이다.  너무나 사랑했던 자신의 아내, 그 아내는 죽었고, 주스트는 라벨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의 그 아내를 다시 살려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라벨은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 
 
  타인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소원을 말할 수 없는 사람 라벨.  그에게는 또 어떤 사연이 있길래....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역시 소원을 이루게 된다.  그의 소원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빌어주었음으로 말이다.  라벨은 결국 소원을 이루었으니 행복했을 것 같다.  하지만 라벨이 소원을 이루어준 다른 사람들, 그들은 소원이 이루어져서 행복했을까.  자신이 그 소원을 말하는 순간,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랬다면 행복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그 순간을 알지 못 했다.  자신이 소원을 말할 때,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알지 못 했기에 그들은 소원에 신중할 수 없었다.  하여, 라벨은 매번 속죄하는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소원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으니깐....그리고 그가 소원을 들어주었던 그의 연인에게도...
 
  보이드씨의 저택은 정말이지 기묘한 일들만 일어난다.  그곳에 소원을 들어주는 라벨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혹은 희귀하고 이상한 것들을 수집하는 마라 공작이 자주 드나들어서 그런 것일까. 
  재밌게 읽은 책이다.  루서와 휴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의사 주스트와 잘생긴 아돌프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시인 단트도...  무엇보다 소원을 들어주던 라벨을 잊지 못 할 것 같다.  그리고 소녀 루이제도...
  이쁘게 그려진 삽화들도 인상적이었다.  보이드씨의 저택에서는 사라지고 죽어나가고, 정말이지 이상한 일들 투성이었지만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흥미로웠던 것이 사실이어서 롤랑 거리 6번가의 보이드씨의 저택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진다.  새로운 세입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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