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푸른물결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콰지모도의 숙명적 사랑

2010. 6. 1. 21:52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노트르담 드 파리 - 10점
빅토르 위고 지음, 박아르마.이찬규 옮김/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콰지모도는 교수대에 매달려 있는 이집트 집시여인을 바라보고나서, 눈길을 돌려 탑 아래에 누워 주검이 된 부주교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아, 저 모든 것들을 나는 사랑했었는데!"

 

  콰지모도,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지 않은가.   그렇다.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하던 그 콰지모도이다.   실은 이번의 책을 읽으면서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가가 빅토르 위고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주 아주 오랜 옛적에 책이 아닌 고전영화로 노트르담의 꼽추를 본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 보았던 영화가 어린시절이었지만 잊혀지지 않던 몇몇 장면들이 다시금 새록히 떠오르면서 진한 감동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영화로 보았던 그 어린시절에도 모두가 느꼈듯이 콰지모도의 흉측한 외형에 얼굴을 돌리었던 기억이 난다.   에스메랄다도 콰지모도의 흉측한 외모에 무서움을 느끼며 그의 진심을 보려고 하지 않지 않던가.   물론 착한 그녀는 콰지모도를 동정은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바랐던 것은 측은함이 아닌 사랑이었다.   그 자신이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듯이 그녀도 그를 바라보며 사랑해주기를, 아니 곁에 있을 수 있게만이라도 해주길....

 

  어린시절 보았던 이 고전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 흉측하게 생겼던 괴물같은 사람이 너무도 아름다운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던 그 모습이었다.   노트르담의 종지기였던 일그러진 얼굴의 애꾸눈에 한쪽 다리가 더 짧아 비틀대면서 걷던 꼽추 콰지모도의 사랑이 어린 마음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었기에, 언젠가는 이 책을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만나게 된 <노트르담 드 파리>의 흉측한 외모의 콰지모도는 여전히 나에게 감동의 사랑을 기억하게 만든다.

 

  집시여인 에스메랄다, 그녀가 무척이나 착한 여인이라는 것은 알겠다.   자신을 납치하려고 했던 콰지모도가 심판을 받으며 광장에 묶여 던져지는 돌을 맞으면서 갈증을 호소할 때, 물을 가져다 주니 말이다.   그렇게 착한 그녀가 하필이면 사랑을 몰랐다는 사실이 애석하다.   정말이지 뭐같은 남자한테 자신의 숭고한 사랑을 바치게되는 어리석음을 자행하고마니 말이다.   물론 에스메랄다는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에 충실했다.  그 사랑은 그녀에게 너무나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잘생겼던 그 남자 근위대장 페뷔스는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의 외모에 잠깐 흔들리며 즐기려고 했을 뿐이라는 것을 에스메랄다는 알지 못 했다.   정말이지 바보처럼 자신에게 찾아온 그 사랑이 실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혹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한 채, 비극적인 풍경 속으로 자신을 몰아가고 만다.   그녀가 선택한 비극에 콰지모도만이 눈물지었던 것은 아니다.   독방에 스스로 갇혀살던 그 늙은 수녀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었던 독자인 나 역시도 그녀가 선택한 그 사랑에 마음이 아팠다.   그 잘못된 선택에 안타까워서 가슴이 저렸다.  왜 하필이면 그 빌어먹을 페뷔스를 사랑하고만 것인가, 왜 하필이면 그 페뷔스를.....

 

  너무도 착하던 에스메랄다가 경멸하면서 극도로 증오한 한 사람이 이 책에는 나온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 버려져 있던 흉측한 외모의 콰지모도를 키워주었던 신부 프롤로, 그는 부주교로 금욕의 삶과 신을 향한 학문과 믿음의 삶만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아름다운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되고말았다.   신부인 그가, 이젠 늙어진 그가....   자신에게 찾아든 사랑에 집착을 보이는 프롤로, 그는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아니 호의라도 갈망하게 되지만 끝끝내 에스메랄다에게 거부를 당하고 만다.  

 

  <노트르담 드 파리> 이 책에는 에스메랄다의 사랑이, 콰지모도의 사랑이, 프롤로의 사랑이 그리고 페뷔스의 사랑이 그 다른 색깔의 모습들이 가진 사랑이 나와 있다.   그 다른 사랑들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들 모두는 아름다움을 사랑했다는 것!   에스메랄다는 흉측한 콰지모도도 늙은 프롤로의 사랑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잘생긴 페뷔스에게는 첫눈에 반하고 만다.   십수년을 금욕과 신을 향한 삶을 살았던 신부가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에 무너져내리는 사랑을 하게되고, 정혼자가 있었던 페뷔스는 아름다운 외모의 에스메랄다에게 빠진다.    그리고 콰지모도는 물론 그도 에스메랄다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콰지모도만은 에스메랄다의 외모적 아름다움 그 이면의 착한 심성을 더 사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콰지코도의 에스메랄다에 향한 사랑은 영원한 것이었고, 에스메랄다를 지켜줄줄 아는 숭고한 것이었다.   콰지모도는 사랑이 소유도 집착도, 한때의 즐김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콰지모도만은 사랑이 지켜줌이고, 헌신이며, 영원함이라는 것을 흉측한 외모의 곱사등이 콰지모도였지만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그는 알았던 것 같다.   

 

  빅토르 위고가 노트르담 성당을 찾았던 날, 구석진 벽에 쓰여진 '숙명'이란 단어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탄생하게 된 <노트르담 드 파리>, 그렇다.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된 콰지모도의 사랑은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금욕의 삶과 오로지 신을 향한 삶만을 살았던 프롤로 부주교에게 찾아든 집착적 사랑도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에스메랄다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는 페뷔스를 향한 그녀의 사랑 역시도 숙명이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비극을 그려내고 말았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비극을 말하던, 희극을 말하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것은 숙명이 되고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