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푸른물결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허허당 스님의 시와 그림

2010. 6. 2. 10:55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허허당 비고 빈 집 - 8점
허허당 지음, 신명섭 옮김/고인돌


  시를 읽으면 명상을 더불어 하게 되는 것 같다.   시는 그만큼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는 너무 많은 각각의 생각들을 심어버려서, 시로 인해 심어진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가꾸어나가는 일이 그렇게 열매로 영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아서 말이다.   시가 우리들에게 심어내는 생각들은 삶의 희노애락일테고, 그렇게 시로 인해 삶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삶을 되돌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니 말이다.

 

  허허당 스님의 시를 처음 만나본다.   그분의 그림 역시 처음 만난다.   여백이 있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분의 몇몇 그림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비 온다/ 밤은/ 삼각 모서리/ 비 그치고/ 새 왔다 - 65쪽]  하루라는 제목의 시이다.   흠뻑 젖어드는 고난의 비가 오늘 내렸다해도 다음 날이면 그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 아래 고운 목소리의 새가 날아든다.   그런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결국 폭풍우도 그치기 마련이다.     

 

 [그런 것이다/ 때론 멀리서 들려오는 반가운 사람/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편안하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문득/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한세상 살 만하다/ 그런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 모든 것이 평온하다/ 살 만한 세상이다 - 82쪽] 세상,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만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단지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삶이어도 누군가를 마냥 기억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하나가 쉼표를 안겨주는 삶의 편안함임을 것도 살만한 삶이지 않는가는 시인의 말이 백배 공감가는 시간이 된다.   삶도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호흡하지 못 하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이지 않겠는가.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결국 삶을 호흡할 수 있는 추억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밤새 우는 개구리는/ 밤새 울고도 아무런 말 없었고,/ 밤새 우는 개구리 소리를/ 밤새 듣는 나도 아무런 말 없었다/ 말을 하기엔/ 내 안의 숨이 너무 길었다 -112쪽]  가끔은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 그렇게 말없이 들어주기만 해주는 것, 그것이 그 어떤 위안보다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누군가가 토해낸 슬픔을 되받아 말로 담아내기에는 그의 슬픔도 들은 나의 마음도 우물처럼 깊어져 있음을 알기에 말이다.     

 

  허허당 스님의 시와 그림이 담겨진 책을 읽으며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 그렇게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들어오는 생각의 씨앗들이 내 안에 포근히 자리잡는다.   그림이 시와 함께 있어 더 편안하고, 시가 명상을 안겨주어 또 편안하다.   비고 빈 집의 마당에 날아들어오는 또한 시인의 [하루]라는 시처럼 비 그친 후의 새를 만난 기분이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