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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의 마지막 이야기

2009. 1. 13. 18:37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전4권 세트 - 10점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문학수첩북앳북스

  판타지 소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요정이니, 용이니, 마법이니 따위를 믿지 않는 메마른 어른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소설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로 인해 공감할 수 있는 그 어떤 부분도 만날 수 없다는 것때문에, 감동이나 감성의 바람에 영혼을 맡겨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의 집에 놀러갔다가 책장에 꽂혀있는 해리 포터를 봤다.  무료하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메꾸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꺼내든 책, 그러나 그 이후 해리포터는 나를 판타지의 세상으로 통하는 비밀의 문 속으로 밀쳐 놓은 채, 다시는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정말이지 나는 이 판타지의 세상을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출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행복하고 즐겁다.  전에는 현실적이지 않아서 관심을 둘 수 없었던 판타지의 세상이, 이제는 그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때문에 더 열광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킹스 크로스 기차역에서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찾아들어간 9번와 4/3승강장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일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판타지 소설을 소장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지만, 지금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 흐뭇한 미소를 던진다.  해리 포터는 나에게 국내외 판타지 소설들 모두에 열광하게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지만, 첫 판타지 소설의 소장이라는 뜻깊은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해리 포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3권째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다.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는 5권째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다.  사실, 그때의 해리 포터는 너무나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상태였기에 더이상 해리 포터 시리즈에 애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해서 이후의 시리즈는 즉각적으로 책을 찾아 읽지도 않았었고, 해리 포터에게 심드렁해졌었다.  볼드모트가 해리 포터에게 이야기하듯이, 나는 해리가 너무 이기적이고,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해리때문에 내가 좋아하던 시리우스가 어이없이 죽게 되었고, 해리는 항상 자신의 실력이라기보다는 주위의 희생과 도움으로 나아가는 부류였기 때문에 점차로 해리 포터에게 가지는 반감이 깊어만 갔다.  또한 스네이프를 미워하고 믿지 못 하던 해리였기에 더욱 싫었었는데, 그럼에도 이미 처음부터 읽어오던 시리즈이기에 그 마지막을 외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그 마지막 시리즈인 죽음의 성물까지 읽게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시 해리 포터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항상, 한 자리에 붙박혀 읽게 만들어 버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 마지막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에게 판타지의 세상을 알게해준 그 행복감을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나는 해리 포터의 캐릭터들 중에서 스네이프를 가장 좋아한다.  그가 제임스에게 당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민의 감정에 휩싸였고, 이후로는 오로지 스네이프의 편만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덤블도어 이상으로 스네이프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저자는 계속적으로 스네이프를 악당처럼 이끌어갔지만, 나는 그가 절대 악당이 아닐거라고, 그의 내면은 가면 뒤에 감추어져 있는 것일 거라고 항상 생각해 왔었다.  그래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출간되기 전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거론되었을 때, 제발이지 스네이프만은 안된다고 기도하고 있었다.  또한 스네이프가 결국은 해리의 수호천사일 거라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마지막 편에서 스네이프는 죽는다.  그의 죽음이 당혹스러웠지만 거기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자신을 위안하며, 책장을 넘기는 손은 빨라졌다. 

 

  많은 책들이 성경에서 글감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책의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의 대결에서, 나는 성경의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희생적 사랑에 대한 아우라를 펼쳤기 때문이다.  내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은 희생적이어야 하고, 희생적이라는 것은 결국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나아가기만 했던 해리 포터가 자신의 엄마가 그에게 보여주었듯이 희생적 사랑으로 볼드모트와의 대결에 임한다는 것은, 이 책이 판타지 이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해리 포터의 마지막 시리즈가 출간되기전, 분분했던 해리와 볼드모트 중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어쩌면 둘 다 죽는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스러움을 가지면서 독자들은 이 7권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우리는 뛰어난 글쟁이[나는 주저없이 이 마지막 편을 읽으면서 저자를 칭송하게 된다.]인 저자가 볼드모트와 해리의 대결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해리포터의 시리즈가 모두 그러하듯이 단숨에 읽게되는 책이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이지 않은가.  이 책을 끝으로 더이상 해리도, 론도, 헤르미온느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퇴장의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어린 개구쟁이 해리포터가 자라는 모습을 하나 하나 지켜보며 함께 걸어온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이 시간이 그들과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자는 우리들의 심장 속에 그들을 박아놓아버렸으므로 슬픔은 아니다.  해리 포터를 쭉 읽어온 독자라면, 당연히 이 마지막 편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만이 해리 포터의 그 진면목이 주는 행복함이 완성된다.  그리고 여태 해리 포터를 만나지 못 한 독자들이라면, 해리 포터를 처음부터 읽기를 권한다.  아이들이 보는 혹은 있을 수 없는 판타지라고 치부하기 전에, 그 판타지가 안겨줄 수 있는 위안을 만나보기를 말하고 싶다.  메마른 현실 속에서 갑갑해하고 있다면, 그래서 사막 속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그 경험을 하고 싶다면, 판타지의 세상, 바로 해리 포터가 그 비밀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다시는 출구를 찾아나올 수 없는, 그렇지만 그 미로 속이 결코 두렵지 않은, 심장 한 켠에 자리하게 될 따뜻한 모닥불같은 위안이 될어줄 판타지의 세상 속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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