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푸른물결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그리스 신화 속의 사랑과 질투 - 8점
키류 미사오 지음, 오정자 옮김/지식여행


  어린시절 누구나 그리스신화를 하나쯤은 들어 보았을 것 같다.   신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질투가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지 않았던 것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새록히 떠오르는데, 이 책은 바로 그리스신화 속의 사랑과 질투에 관한 이야기에 얽혀 있었던 신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새로이 탄생시켜내어 담았다.   그리스신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시켜 놓음으로 신화에 대한 향수와 사랑과 질투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고 있다.

 

  사랑의 쌍둥이는 질투임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사랑이 없다면 질투는 없는 것, 사랑이 있음으로 질투는 추악함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질투라는 것이 아름다운 빛깔 속에 담겨진 한 떨기 이슬방울이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마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채색된 질투는 제 몸을 태우는 불씨라는 것도 모른 채, 꺼질지 모르고 더욱 활활 타오르고만 있다.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넘어선 사랑

 

  사랑이라는 것은 비극적 운명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일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아닐까.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하필 그의 어머니를 사랑하게 예정지어 놓아 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운명의 멍에를 덧씌임 당한 오이디푸스, 스스로의 힘으로 그 멍에를 걷어 올리기에는 그의 앞에 마주하게 된 어머니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단 한번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 오이디푸스와 태어나자마자 버려야 했던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의 만남이었지만 그 시간 속 그들에게는 한 남자의 여자로, 한 여자의 남자로서만이 그들을 호흡할 수 있게 한 이유가 되어 버렸다.  

 

  사랑했다.   그녀가 그보다 더 나이가 많았어도, 그는 한 여자로 그녀를 사랑했다.  

  사랑했다.   그가 그녀보다 더 어린 사내였지만, 그녀에게 한 남자로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아 버렸다.   자신들을 옭아매고 있던 그 피할 수 없던 운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오이디푸스에게 말한다.   행복에 겨워서 선택하는 죽음이라고, 이 절정의 행복이 지나면 다가올 죄의식의 비참함 속 나날들보다는 사랑하는 남자 품에서, 다시 만나게 된 사랑하는 아들 품에서 오로지 행복함의 충만 속에서 그 기억만으로 생을 그려내고싶다는 그녀.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말한다.   나 역시 당신을 사랑했던 그 모습만을 기억하기 위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버리겠다고, 장님이 되어버린 그지만 이제 온전히 그녀에 대한 기억만으로만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들은 그렇게 비극적 운명 앞에 서로의 사랑을 부여잡았다.

 

 피그말리온의 눈먼 사랑이 부른 붉은빛 질투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 신전에 가서 그 조각 여인에게 숨결을 넣어 달라고 기도를 했고, 여신은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피그말리온과 그녀는 서로만을 바라보며 열렬히 사랑하였지만 허영심 많았던 그녀는 이제 더이상 늙은 피그말리온에게 싫증이 난다.   피그말리온에게 젊은 청년 시동을 부탁하게 되고, 그 시동과의 불장난을 일삼게 되는 갈라테이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피그말리온은 결국 질투의 붉은 빛깔을 그녀를 향해 찌르게 된다.   그렇게 피그말리온만의 그녀이기를 바라며....

 

  이외에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랑과 질투의 이야기를 들려줄 이들은 엘렉트라, 나르키소스, 아프로디테 이다.   나르키소스와 아프로디테의 이야기 속에서는 동성애와 미소년에 대한 사랑 속에 질투의 결말들을 보게 된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을 둘러싼 사랑의 갈망들이 질투 속에서 싸움이나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보면서 더욱 너덜너덜해지는 삶의 자락 속으로 뛰어 들게 된다.   왜 사랑의 끝이 비뚤어진 질투 속에서 칼부림이나 자살로 마감되어져야 하는 것인지 자신을 둘러싼 그 사랑이 오히려 버겁다.   그래서 스스로가 반산의 집으로 들어가 성노리개가 되는 그, 그렇게 자신을 옥죄이고 있는 그, 그를 사랑한다는 이름 하에 질투와 증오 속에서 그를 묶어버린 사람들, 이제 그는 사랑의 속박에서 자유롭고 싶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질투, 하지만 그 질투의 색이 짙으면 짙을수록 사랑은 오히려 퇴색되어 버린다.   질투 속에서 보게 되는 사랑은 더이상 눈부신 하얀빛깔의 사랑이 아니라 핏빛 붉은 빛깔에 묻혀버린 꺼져버린 불씨일 뿐이다.   질투가 사랑의 다른 이름일 수는 있지만 사랑보다 앞선 걸음으로 달음박질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 속에 숨은 자객으로 질투가 그 날선 숨결을 감추고 있어서는 안된다.   질투의 붉은 빛깔에 사랑의 하얀 빛깔이 베어 잘려지는 것은 사랑의 완성이 아닌 아물지 못한 상처의 통증이 토해내는 신음일 뿐이다.   이 책 속에는 사랑이 있고, 그 사랑 안에 질투의 핏빛이 낭자해진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신화 속에서만 만나 보았던 엘렉트라와 나르키소스, 피그말리온 등의 사랑이라지만 질투로 얼룩진 서글픈 이야기의 메아리를 들어보자.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