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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 그 안에 담긴 진실

2011. 4. 24. 12:0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추상오단장 - 10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고향에 어머니를 홀로 두고, 복학을 꿈꾸며 요시미츠는 고서점을 하고 있는 큰아버지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얹혀 살고 있다.   사업을 실패한 아버지의 사고사가 있은지 일년 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상태이다.   어느 날, 고서점으로 카나코라는 여인이 찾아와 [호천]1974년 봄 호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생각 외로 금세 책을 찾아주게 된 요시미츠, 그녀에게 카노 코쿠뱌쿠라는 작가가 쓴 짧은 소설의 나머지 4권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더 받게 된다.   그 사례비로 많은 돈을 내걸은 그녀의 부탁은 돈이 궁한 요시미츠에게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왔고, 큰아버지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그녀의 의뢰를 받아들이게 된다.

 

  카나코는 아버지가 병으로 죽고나서 유품들을 정리하다가 젊은시절 아버지가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을 사용하여 다섯 편의 짧은 소설을 적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들 스토리로 쓰여진 그 다섯 편은 각각의 지인들에게 보내졌는데, 그 다섯 편을 모두 모으고 싶은 카나코였던 것이다.   요시미츠는 카나코의 의뢰에 의해 카노 코쿠뱌쿠의 다섯 편의 글을 찾게 되면서 그 글들이 담아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원치 않게도 알아가게 되고, 드러나게 되는 리들 스토리의 진실을 끝자락에서 만났을 때의 놀라움이란 독자들에게 저자를 강인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우선은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으로 리들 스토리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카나코의 아버지 산고에게는 하나의 옛 사건이 있다.    일명 앤트워프의 총성으로 불리던 사건이었는데, 1970년 산고 부부는 네살 박이 딸과 함께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여행 중이었다.   그런데 그 여행의 결말이란 산고의 부인 토마코의 자살로 끝이났고, 많은 사람들은 남편을 살해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었다.    무죄를 인정받고 일본으로 돌아온 산고를 보는 시선은 그러나 달갑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무죄를 믿지 않았고, 츠루마키 아키오는 [심층]이란 잡지에 그 의문의 사건을 다루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아내를 죽인 살인자라는 오명을 덮어쓴 키타자토 산고는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쓰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진실의 장막은 각각의 리들 스토리가 안겨준 흥미로움만큼이나 숨막히는 것이었다.  

 

  결말이 그려져 있지 않은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 하지만 산고는 자신의 편지함 속에 그 각각의 결말들을 이미 한 줄의 문장으로 기록해 놓고 있었다.   리들 스토리라는 형식으로 다섯 편을 각각의 지인에게 보냈지만, 실은 그 다섯 편마다 그 결말을 키타자토는 그려내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나에게 이 책은 흡입력 100%였다.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의 내용들이 매 순간 인상적이었고, 뒤늦게 카나코가 알려주는 그 한 줄의 결말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요시미츠가 그 각각의 결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이 편 혹은 저 편의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어놓았을 때는 여태 흥미롭게 읽어왔던 리들 스토리의 또 하나의 진실과 마주하게 만들어 다시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곱씹게 만든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섯 편에 담긴 각각의 의미들을 퍼즐 조각 맞추듯이 하나 하나 끼워내는 일이 어찌나 즐겁던지 그 숨겨진 진실의 완벽한 조각 속에서 우리들은 그날 앤트워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학업을 중단하며 직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답답한 삶이 자신을 옥죄고 있다고 생각하는 요시미츠, 병으로 죽은 아버지가 남긴 유품 속에서 만나야 할 진실을 비로소 듣게 되는 카나코,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에 담겨진 질문과 답변, 교묘하게 숨겨놓은 진실은 단 한 순간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 흥미로운 시간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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