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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중세 추리물

2009. 1. 29. 11:03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죽음의 미로 - 8점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아델리아의 활약상은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라는 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그녀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세시대의 여성 검시관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설레이는 기대감이 가득하였고, 워낙에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이기에 펼쳐들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시체의 뼈와 살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나가는 중세의 여성 검시관, 멋지고 당찬 캐릭터이지 않나싶어 끌리는 여성이다.

 

  아델리아가 전편에서 어떤 사람이랑 어떤 이야기들로 그 활약을 보였는지 몰랐지만, 딱히 이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라서 이번의 책을 읽는 일이 힘들지는 않다.  사실, 아델리아가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읽은 상태이기도 하고 읽다보니 그녀의 활약이 담긴 전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다만 전작[앞서 언급한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을 말한다.]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수 나오고, 전작의 사건해결 이야기가 나와서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을 읽고싶다는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려 주고 있다.  이유인즉슨 그 이야기의 범인이 누구인지 이 책에서 언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책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부터 읽고, 이번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에피소드이지만 전작의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기에 범인을 찾는 재미를 전작에서 읽을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란 책을 굳이 읽을 생각이 없는 독자라면, 이 책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여하튼 저자의 책이 재미있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말이다.

 

  아델리아는 로울리 주교의 사생아를 낳은 여인이다.  또한 헨리 2세의 비밀 수사관이기도 하다.  사건의 시작은 헨리 2세의 정부인 로저먼드가 독살되면서부터이다.  그녀를 독살시킨 사람이 엘레오노르 왕비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면서 내전의 위험성이 불꽃을 피워올리기 시작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로울리 주교와 아델리아는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전작에서 로울리는 멋진 남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닥 멋진 모습이지 않다.  책을 덮은 이 순간도 특출나게 기억되는 그의 모습들이 없는 걸보면, 왜 아델리아가 로울리에게 반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이지만 그야, 내가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라서 로울리의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이겠거니 핑계를 대어본다.  하지만 일편단심 한 여자에 대한 사랑만은 지극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델리아는 그가 오로지 헨리 2세만을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그가 헨리 2세 앞에서 한 서약을 떠올려보면 로울리의 사랑이 결코 헨리 2세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니 말이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살인을 의뢰한 사람과 살인자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 책을 읽는내내 살인을 마음에 품은 자가 곧 살인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끝에 살인자가 밝혀지고, 그가 살인을 저지른 과정들을 이야기해줄 때에서야  '아차!'싶은 마음에 무릎을 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결국 미로 속에서 헤매이면서 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어느 사이에 길을 잃었는지도 모른채, 즉 그곳이 미로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대체로 범인이 누구인지 금세 알아 맞추는 경향이었는데, 살인자를 알게되었을 때 나는 멀뚱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고,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왜 그가 살인자라는 사실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 했나 싶어 멍했다.  그것은 아마도 곧 살인의 마음을 품은 자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일 것이라고 동일 인물론만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이유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살인의 마음을 품을만한 사람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지 그 동기를 알지 못 한 상태로 마지막 장까지 읽어가던 순간이라 사건이 해결되는 그 마지막 장면들이 더 재미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헨리 2세가 등장을 하는데, 그가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헨리 2세의 이야기들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자식들에게까지 배신을 당하게 되는 것일까 몹시도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400쪽을 넘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추리물이라서 읽는 것이 부담되지 않고, 그 배경이 중세라는 것도 눈길 끄는 시대적 시점이기도 하거니와 치밀한 추리를 선사해주고 있다는 문구가 손색이 없는 책이라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게 된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살인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빨리 마지막 장을 넘기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아델리아의 활약은 이 책에서만이 아니라 진행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가 다음 번에는 어떤 사건과 만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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