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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픈 시대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산 여인

2011. 6. 30. 23:22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황토 - 8점
조정래 지음/해냄


  점례의 아버지가 주재소에 끌려 갔다.   일본인 주인을 폭행했다는 죄목이기에 엄마와 점례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점례를 본 주재소 일본인 주임 야마다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했다.   열 일곱의 꽃다운 나이인 점례는 눈먼 아비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이마냥 아비를 살려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야마다에게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의 첩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를 낳게 되는 점례, 나라의 해방과 동시에 야마다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아직은 젊디 젊은 여인인 점례였기에 엄마는 그녀를 처녀 시집 보내려고 한다.   큰이모의 중매 아래 박항구라는 자상한 남편을 맞이하게 되는 점례, 처녀라고 속인 사실과 두고 온 큰 아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비로소 사랑하는 남자와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날을 갖게 된다.   세연과 세진이라는 딸을 낳게도 되는 그녀이지만 남편이 공산주의에 빠지고 남과 북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그녀는 남편때문에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세진을 병으로 잃게 되는 점례, 하지만 미군인 프랜더스의 신원보증으로 자유인이 될 수 있게 되고 그와의 사이에 사내 아이를 낳는다.

 

  이 책은 점례라는 한 여인의 삶이 굴곡지게 그려져 있다.   큰이모의 말처럼 얼굴이 반반하여 박복한 인생을 살게 되는 점례이라기 보다 시대가 그녀를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으로 몰아넣었고, 그녀는 그 어떤 발버둥도 칠 수 없이 휩쓸려 갈 수 밖에 없는 삶이었다.   그녀가 일제 강점기시절 일본인의 첩이 되어 살아갔다고 속모르게 비난의 화살만을 내쏟을 수 없고, 그녀가 미군의 아이의 낳게 되었다고 해서 그녀를 싸잡아 욕만해낼 수도 없다.   고의적으로 그렇게 자의의 의한 삶이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가 선택하고 싶어 산 삶이 아니라 시대의 물살에 힘 없이 떠밀려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의 아픔을 살아낸 씁쓸하고 슬픈 여인네의 삶인 것이기 때문이다.   세 아이의 엄마였기에 죽음이 아니라 삶의 편에서 견디며 살아내어야 했던 시대의 상처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여인네의 삶인 것이다.  

 

  점례라는 여인은 우리의 아픈 역사인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전쟁을 겪어내며 살아온 산증인의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러하기에 그녀의 아이들은 그 표증이 되고 있다.   일본인의 피를 받고 태어난 큰 아들 태순, 시대가 낳은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태어난 딸 세연, 전쟁 중 미군의 피를 받아 태어난 작은 아들 동익까지 점례라는 여인의 삶이 살아온 역사의 발자취가 꾸밈도 거짓도 없이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누가 감히 비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의 아픈 시대를 고스란히 무방비 상태로 받아낼 수 밖에 없었던 그녀를, 그녀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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