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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가족놀이

2011. 9. 2. 16:5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R.P.G.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북로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는 한 가정에서 아내의 냠편이었고, 딸아이의 아빠였다.   가정이라는 따스한 울타리의 주춧돌이 되어주는 가장인 그가 25군데의 칼상처를 몸에 지닌 채, 피를 흘리며 죽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요즘의 현대사회에서는 핵가족화 속에서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그리고 자식은 자식대로 각각의 삶만을 산 채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살아가는 것인데, 하지만 실상 우리들은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 속에서 죽은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도코로다 료스케는 현실의 가족인 아내와 딸이 아닌 인터넷에서 만난 가상의 가족 구성원들과 가족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가족에게서 외로움을 느꼈던 그는 가상 가족들에게서는 좋은 아빠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행복을 찾아갔고 그런 료스케는 결국 살해를 당하고 만다.   누가 그에게 20여 곳의 칼상처를 낼만큼 분노하고 있었을까.

 

  도코로다 료스케는 오래 전부터 어린 여성들과 줄기차게 바람을 피워왔다.   아내였던 하루에는 그런 남편의 바람끼에 대해서 익숙해진 것인지 그 어떤 반감도 저항도 없이 이제는 무심하다.   딸인 가즈미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싫다.   아빠에게 길들여진 엄마의 모습이....

  료스케와 가즈미가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아무 것도 모르던 꼬마 아이였을 때는 부녀간이 무척 좋았었다.   하지만 가즈미가 자아를 가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서 아빠에게 길들여지려하지 않았고, 료스케와 가즈미는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져 버렸다.   결국 료스케는 인터넷에서 만난 닉네임 가즈미와 미노루를 자녀로 둔 아버지 역할을 그리고 어머니 역할의 미타 요시에와 단란한 가족놀이를 하게 된다.   진짜 가족이 안겨줄 수 없는 행복감을 가상의 가족에게서 느끼면서 가상 안에서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딸에게 좋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아가 강한 가즈미는 아빠에게 의지하는 연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료스케는 그런 딸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아이로 길들이고 싶어했다.     서로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아빠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가즈미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계속 드러내게 만들만큼...   꼭, 범인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아빠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목격했던 일이 떠올라 경찰에게 이야기했고, 그래서 매직미러를 통해 취조실에 있는 닉네임 가즈미와 미노루, 그리고 미타 요시에를 지켜보고 있다.

 

  이 책에는 [모방범]에 등장했던 다케가미와 [크로스파이어]에 등장했던 치카코 형사가 등장하여 각각 아버지와 엄마의 이미지를 소화해내게 된다.   인터넷에서 가상의 가족놀이를 하면서 그 안에 가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들의 역할을 해내었던 사람들이 료스케의 살인사건으로 경찰에 불려오게 되니 말이다.   현실 속에서 료스케의 진짜 딸인 가즈미는 아빠의 가족놀이 구성원들이 궁금했다.   아주, 아주, 많이.....    

 

  료스케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경찰에서는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덫 속에 서서히 다가서게 되는 범인.

  심문하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고 심문 과정 속에서 범인에게 자백을 이끌어내려 애쓰는 형사들이다.    착한 딸을 연기했던 닉네임 가즈미는 현실 속에서는 가족에게서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해주었던 료스케와 요시에도, 좋은 남동생 역할이었던 미노루 역시 모두들 현실의 가족들에게서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상적인 가족을 만들어 놀이를 하게 된 그들이지만, 그 가상의 놀이가 현실의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 결과가 일으킨 사건은 결국 료스케의 죽음이었다.

 

   반갑게 다시 만나게 되는 형사 다케가미와 치카코의 활약을 보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병으로 병원에 누워 있는 바람에 심문에 활약을 할 수는 없었지만 총 감독의 역할을 해낸 나카모토의 연출력을 확인하는 일도 재미났다.  

  범인은 정의를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누구든 이기심 때문에 남을 상처 입히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정의는 다케가미의 말처럼 보복일 뿐이다.   보복에 의한 살인, 범인은 그렇게 정의가 아닌 살인을 저질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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