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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2011. 9. 13. 23:4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사라진 도시 - 8점
미사키 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지니북스

  갑작스럽게 사랑하던 사람들이 사라져버린다면,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내어야 하는 것일까.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의 다를 것 없던 일상이었는데, 하지만 그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남은 사람들은 이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별을 인사할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말이다.

 

  도시가 사라지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30년의 한 번씩 도시가,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다.   그 어떤 사라짐의 징후를 내어보이지도 않은 채, 남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전혀 예상치 못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시가 사라지는 이유를 모르기에 도시의 소멸을 막을 방법 역시 알고 있지 못한 남은 사람들은 그 슬픔조차 내색할 수가 없다.   슬픔을 내색하는 자는 오염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소멸을 막을 길은 없다지만, 그 소멸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남은 도시와 남은 도시 사람들은 사라진 도시에 소멸 회수원을 파견하게 된다.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 그것은 다음 소멸을 조금이라도 늦추는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아카네는 소멸 회수원이다.   사라진 도시인 쓰키가세에 가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아카네는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펜션을 경영하는 나카니시와 알고 지내게 된다.   나카니시는 사라진 도시에 살던 딸과 아내를 잃었다.   그리고 그가 경영하는 펜션에서는 잔광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잔광 현상이란 한동안 사라진 사람들의 마음이 도시를 떠돌면서 내는 빛이라고 한다.   도시의 소멸을 슬퍼하거나 사라진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슬퍼하면 안 되는 남은 사람들, 그 내색할 수 없는 슬픔을 소리없이 토해내기위해 사람들은 하나 둘씩 바람을 기다리는 집으로 모이게 된다.    그곳에 유카가 왔다.   사라진 도시에 살던 남자 친구 준을 잃은 슬픔이 큰 유카는 소멸의 의미를 알아내어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국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아카네는 사라진 도시에서 살았지만 소멸에서 제외된 가즈히로를 사랑하게 된다.   사라지는 것에서 제외는 되었지만 대신 가즈히로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상실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상실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기에 슬픔을 슬픔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에서 지우게 된 가즈히로, 그런 가즈히로를 사랑하게 된 아카네.

 

  사라세 게이코는 관리국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의 소멸을 막아보고자 하는 사라세는 소멸내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카네는 쓰키가세에서 도시의 흔적을 지우던 중에 세 살박이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 아이가 세월이 흘러 자랐다.

 

  도시가 30년에 한 번 꼴로 사라지고 있다.   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도시의 소멸을 알고 있었다하더라도 그 소멸을 피해 도망칠 수조차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도시가 소멸된다는 것을 밖으로 소리내어 알릴 수도 없다.   남은 사람들은 어제와 다르게 사라진 도시를 맞이 하게 되는 오늘의 아침을 만나게 되고, 도시의 여멸이 두려워 소멸된 도시를 슬퍼할 수조차 없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해도 그 슬픔을 내색할 수 없는 남은 사람들은 다음에 있을 소멸을 다소라도 늦추기 위해 그리고 도시의 소멸을 막기 위해 그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 일에 관리국 사람들은 소명을 가지고 오염되는 일조차 두려워하지 않은 채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쓰키가세에서 소멸되지 않았던 그 세 살박이 아이 노조미는 이제 이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가 30년마다 하나씩 사라진다니, 그 도시의 소멸 속에서 도시인들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사라지는 도시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되는 그 도시인들, 그들은 소멸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슬픔을 내색할 수 없고, 속으로만 삭혀야 하는 상실의 슬픔이라니, 소리내어 울음을 토해낼 수도 없다니, 이 책은 도시의 소멸을 막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라진 도시를 향해 시선을 내꽂고 있는 사람들, 그 슬픔들을 소리 죽여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미래는 더이상 도시의 소멸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들은 희망을 찾기 위해 애쓰고 애쓰고 애쓴다.   

 

  피할 수 없는 도시 소멸의 운명이라지만 그들은 운명에 저항하면서 희망을 찾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일지라도 그 운명에 끊임없이 저항한다면, 운명이란 변화시킬 수도 개척할 수도 있는 것이 되리라.   도시가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에 저항하는 사람들, 그들처럼 운명과 싸우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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