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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여정

2011. 12. 21. 17:11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1988 - 8점
한한 지음, 김미숙 옮김/생각의나무


  1988은 우리의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차의 이름이다.   1988년에 출시된 스테이션왜건인데, 그 출시년도를 딴 이름이 차의 이름이 되었다.   참으로 단순하고도 쉽게 이름을 지은 느낌이 든다.   나라면, 조금 더 멋진 이름을 지었을텐데 말이다.  

 

  그는 지금 1988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감옥을 출소하는 친구를 마중나가는 길인데, 이 책의 여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 것이다.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 길에서 그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하루를 머물기 위해 들른 여관에서 매춘부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공안국에 잡혀 들어 갔다가 나왔다.   그런 인연을 이유로 함께 1988를 타고 있다.   그녀의 많은 이름들 중에 이제 우리는 그녀를 나나라고 부른다.   이 책이 끝날 때까지....

 

  1988를 타는 이 남자는 이 여정 속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나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역시 자신이 살아왔던 그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고 따랐던 띵띵 형, 친구 10번, 그리고 그가 국기봉에 올라갔을 때 보았고 그래서 첫눈에 반하게 되었던 남색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

  남색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에게 반했지만 그 아이가 딱히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던 그는 4명을 후보자로 올려 놓는다.   그리고 그녀를 찾기 위해 눈보건체조검찰원이 되기도 하는 그이지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것은 초등학생 때가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그 사랑이 첫사랑이라서였을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로맨스 소설의 절대 법칙인 삼각관계가 그려지고 있었으니 그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는 유명 배우를 꿈꾸던 멍멍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가 세상 속으로 걸어가고 싶어 기자가 되었고, 특히나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어하던 그였는데, 그는 지금 과거를 회상하면서 1988를 타고 출소하는 친구를 맞으러 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나, 매춘부가 되고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와 매춘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그녀이다.   현재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비록 자신은 매춘부일지라도 아이는 한국으로 유학까지 시켜 공무원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데, 얼만큼 모아지기만 하면 벌금으로 날리는 신세인 그녀, 참으로 고달픈 그녀의 삶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롤모델은 있었는데, 그들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존재의 여인, 이 부분을 눈여겨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와 그녀,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듯 했는데, 그래도 이어지는 인연이 있었다.   직접적인 인연은 아니지만....

 

  이 남자와 매춘부인 나나, 서로 사랑을 느끼게는 되지 않았지만 친구는 될 수 있다고 서로에게 말했다.   참 서글픈 인생의 나나라는 여자, 그 불쌍한 여인의 친구가 그여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와 그녀의 1988를 타고 간 여정,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과거를 회상하고,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했던 그와 그녀의 이야기, 하지만 삶이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앞서 길을 만들어 주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가면서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가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 그의 기억이 되어버린 나나, 길을 향한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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