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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10점
안도현 지음/한겨레출판


  누구나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고 한다.  삶이 감동이 되고, 자연이 경이로움이 되는 시간들을 안겨주어 저절로 시 한 수를 짓게 만들어버린다.  그때는 이름난 시인들에게서 배워서가 아니라 저절로 시가 가슴으로 쓰여지기 시작하는데, 그런 시기쯤 은연중에  '시인이 되어봐'라는 호기로운 마음도 품어보게 된다.

 

  시를 사랑하게 되거나 혹은 시를 만나게 되는 것은 연인과의 사랑이 시작되어질 때쯤이 아닌가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인들의 멋지고 사랑스러운 시를 편지지에 끄적여대던 일에서부터 말이다.  그러다 연인에 대한 사랑을 담은 자작시도 짓게되는 과정 속에서 시는 그렇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안도현 시인, 누구나처럼 연탄재와 관련된 싯귀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로 알게된 시인이다.  그가 시작법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으니 신뢰감을 안고 책장을 펼쳐보게 된다.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고 필사를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다.  그러나 시 역시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 했다.  앞서의 언급처럼 사랑을 하면 저절로 시인이 되었고, 그렇게 마음가는데로 시는 끄적여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내 어리석음의 모습을 깨우치게 되는 지금 미처 붉어지는 부끄러움을 숨길 수가 없다.

 

  안도현 시인은 시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으라고 말한다.  많이 쓰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전에, 앞서 해야할 일이 바로 많이 읽는 것이라고 말이다.  좋은 시를 접하지 않고서는 좋은 시를 선별할 줄 모르고, 좋은 시도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눈을 찔끔 감아버리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신만의 시집을 만들라는 대목에서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들을 필사한 공책을 하나 만들어, 자기만의 시 모음집을 만들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시 역시도 모방하고 필사하는 것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실천사항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만 뽑아 모아놓은 공책이니 그것이 곧 하나의 시집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굳이 자작시로만 채워진 시집이 아니라해도 시를 만나기 위한, 시인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이 백배의 공감을 가지게 했다. 

 

  시는 영감이 떠올라야 하고, 그때 그때 떠오른 영감은 바로 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시상은 다시 찾아오지 않은 채, 망각의 샘 속으로 풍덩 자살을 하고 말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안도현 시인은 화장실에서조차 떠오른 영감은 메모하여 기억에 잡아둔다고 하지 않는가. 

 

  묘사는 개념을 해체하는데 기여한다는 안도현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시를 쓰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시인은 발명가가 아니라 발견자라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책의 제목처럼 시는 무엇보다 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도 쓰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시를 짓지는 않지만, 그래서 시인의 자질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시를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다.  이름난 시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시로 사랑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작법이 쓰인 이 책을 읽으면서 옛적보다는 좀 더 자신 있는 혹은 시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Comment

  1. 띠보 2009.05.28 17:40

    안녕하세요. 한겨레출판 마케팅부 한성진입니다.
    저는 시를 쓰진 않지만 <가슴,손끝>을 새겨가며 읽었어요
    많이 읽고 생각하는 일은 인생살면서도 중요하잖아요 :)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고백한게 통하고서는
    끄적이기도 하구요
    http://www.ddibo.com/117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