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푸른물결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전쟁 속의 사람과 말의 우정 이야기.

2012. 1. 28. 15:45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워 호스 - 10점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풀빛


  연극으로도,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책으로 이 이야기를 먼저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조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의 시선으로 채워진 전쟁과 우정이 그려져 있는 책이다.   사람이 경험하는 전쟁과 말이 경험하는 전쟁이 다르지는 않는 것 같다.   원하지 않았지만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고, 소름 돋는 전쟁의 공포를 느껴야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경험해야 했으니 말이다.

 

  조이는 앨버트라는 농부의 아들을 만나게 되었다.   농장에서 생활하게 된 조이는 적갈색의 코까지 내려오는 십자가 무늬가 있는 훌륭하고 멋진 말이었지만 쟁기질을 해야하는 농장일을 배워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앨버트는 조이같이 훌륭한 말을 농장 일꾼으로 부리고 자라게 하고싶지 않았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술꾼인 아빠는 조이에게 농장일을 가르치고 시키지 않는다면 팔아 버리겠다고 윽박을 질러대니 말이다.  

 

  어느 날 앨버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조이는 없었다.   아빠가 힘겨워진 생활 탓에 조이를 팔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조이를 데려간 사람은 조이가 훌륭하고 좋은 말임을 알아 보았고, 그러하기에 아끼며 소중하게 돌보게 된다.   다만 군인에게 팔려간 조이였기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만 조이였지만 말이다.   앨버트는 조이를 따라 군대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앨버트가 군인이 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기에 그들은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 앨버트는 조이에게 다짐하듯이 약속을 전한다.   네가 어디에 있든 꼭, 찾아겠다고....

 

  프랑스로 끌려오게 된 조이, 기마병에 소속되어 탑손이라는 동료를 만나게 된다.    탑손과 조이는 가장 뛰어난 말들이었으며, 조이는 전쟁터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하게 되기에 이른다.   다만 그를 아껴 주던 니컬스 대위와의 이별을 가져야했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조이를 돌봐준 이는 워런 기병이었다.   이때까지는 조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 역시 조이를 사랑하고 아껴주기에 전쟁터였지만 조이의 마음은 삭막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독일군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히게 되는 탑손과 조이는 부상병들을 수송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포병대에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게도 된다.   어찌나 힘겨운 시간이었는지 조이는 또 한번의 이별을 맞이하게 되고 만다.

 

  전쟁을 겪게되는 말, 그 말의 시선 속에서 삶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전쟁은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말인 조이에게도 시련이었다.   단지 기계적인 일꾼으로만 취급하던 포병대에서의 생활은 조이에게도 탑손에게도 너무나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조이가 그 삭막한 전쟁터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탑손이라는 동료가 있었고, 조이를 아껴주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앨버트를 비롯하여 니컬스 대위, 워런 기병, 에밀리, 노병 프리드리히 등등 이 책에 등장하는 그래서 조이와 함께 우정을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 따스하게 다가왔다.   조이를 한낱 동물로만 취급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이가 이별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나 역시 가슴이 찡하니 아파왔다.   특히 프리드리히 부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감동의 물결은 휘이 휘이 저어도 금세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조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채워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이를 아꼈던 그들을 기억하게 된다.   에밀리 할아버지는 에밀리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듯이, 나는 조이를 통해 에밀리도 기억하게 되었지만 앨버트도 그리고 그 외 조이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우정을 기억하게 된다.  

Comment

셜록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

2012. 1. 18. 00:11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셜록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 10점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홈즈가 해결한 사건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왓슨이 100년 후에나 공개하라는 말을 남겼다는 사건 이야기이다.   도대체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이길래 왓슨이 당시가 아닌 미래에나 공개하라는 것이었을지 무척 기대감이 생겨난다.

 

  어느날 에드먼스 카스테어라는 화상이 홈즈를 찾아온다.   그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폭력단 납작 모자단에게 쫓기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납작 모자단은 카스테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를 죽이려고 미국에서 영국까지 찾아 왔다는 것인데, 카스테어를 지켜보면서 접근하는 중이다.   그리고 일어나는 에드먼스 집에서의 도난 사건, 그래서 두려운 마음에 홈즈를 찾아온 것이다.   홈즈는 거리의 아이들을 동원하여 납작 모자단인 킬런의 수소문을 부탁하게 되는데 킬런이, 들어간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거리의 부랑아인 로스는 바로 킬런이 있던 곳을 알려주었던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며칠 후에 구타를 당한 채, 잔인하게 죽은 시체가 되어 있다.   로스의 죽음에대해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홈즈는 로스를 죽음으로 이끈 범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로스의 누나를 만나게 된 홈즈는 그 아이가 내뱉은 실크하우스라는 말에 주목을 하고는 실크하우스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고 한다.     이제부터 홈즈와 왓슨은 충격적인 사건을 직면하게 되는 그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실크하우스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고한 그 순간부터 말이다. 

 

  실크하우스, 그것은 대체 무엇인 것이길래 홈즈를 감옥에까지 보내게 만드는 것일까.   홈즈와 왓슨이 의뢰받은 사건은 카스테어를 쫓고 있는 납작 모자단의 문제를 해결하기만 했으면 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의 죽음이 엮이면서 실크하우스가 전면에 드러나는 사건으로 휩쓸리게 되었다.  

 

  홈즈가 도망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혔으면서도 그는 탈옥에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그 부분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단서를 흘려버리는 바람에 나는 카스테어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에서 '아차..'하며 패배감의 웃음을 흘려야 했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놓치지 않았을 부분이었는데, 나는 더 깊이 생각하지 못했고, 역시 홈즈는 그 단서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음에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홈즈와 왓슨이 실크하우스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실로 서글픈 충격적인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셜록 홈즈의 이야기였다.   왓슨이 100년 후에나 공개하라는 내용의 충격적인 사건 이야기로 채워진 이 책은 무척 흥미롭게 읽혀졌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만큼이나 그 재미의 손색이 없었던 작품으로 책장을 넘기는 일을 멈출 수 없게 했다.    홈즈를 회상할 수 있게 되었던 이 시간, 홈즈에대한 그리움이 더 짙어진다.  

Comment

도서관에서 만나요

2012. 1. 13. 21:3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도서관에서 만나요 - 8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그는 그녀의 이름 호시노 스미레를 보고 '파코짱'에서 나온 이름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호시노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스미레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따온 가명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와타루는 그녀때문에 [해변의 카프카]를 읽게 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함께 [해변의 카프카] 속 주인공처럼 다카마쓰로 우동을 먹으로 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

 

  그는 어린시절 삼촌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고마치는 데릴사위로 있는 삼촌 집에서 폐를 끼칠 수 없어 삼촌이 경비로 있는 도서관으로 안내되어 가게 된다.   도서관 그곳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은 그 하루로 그치게 하지 않았다.   수많은 책들과 그곳에서의 다수 코너에서 만난 미쓰기 씨의 책이 그에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작가라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 고마치는 지금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서 그 책의 주인공처럼 다카마쓰에서 우동을 먹으려고 한다.

 

  [해변의 카프카]란 책에 이끌려 한 우동 가게에서 만나게 된 와타루와 나즈나 일행과 고마치는 그렇게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지도를 감수한 저자의 이름을 듣고는 불현듯 그가 자신이 옛적에 다수 코너에서 만났던 책의 저자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서가 되어 있는 그녀를 찾아나서는 고마치...

 

  같은 책에 감명을 받고 그 책처럼 따라 가보는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의 여행길은 누구나 따라해봄직한 혹은 따라한 일일 것 같다.   사실 [해변의 카프카]를 읽지 않아서 이 책의 그들처럼 같은 마음을 동일하게 가질 수는 없었다.   즉, 셋은 아는 내용을 나만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꼭, [해변의 카프카]란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의 인연이 닿고, 책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같은 책을 읽으며 함께 누릴 수 있는 추억거리와 대화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고마치는 도서관에서 보낸 그 하루가 자신을 작가일 수 있게 하는 순간을 만나게 해주었으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싶다.   책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책을 통해 삶의 진로가 정해지고, 책은 삶에게 그 이상을 선사하는 마법같은 존재임에 틀림이 없는 듯 하다.  


Comment

길 위의 여정

2011. 12. 21. 17:11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1988 - 8점
한한 지음, 김미숙 옮김/생각의나무


  1988은 우리의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차의 이름이다.   1988년에 출시된 스테이션왜건인데, 그 출시년도를 딴 이름이 차의 이름이 되었다.   참으로 단순하고도 쉽게 이름을 지은 느낌이 든다.   나라면, 조금 더 멋진 이름을 지었을텐데 말이다.  

 

  그는 지금 1988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감옥을 출소하는 친구를 마중나가는 길인데, 이 책의 여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 것이다.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 길에서 그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하루를 머물기 위해 들른 여관에서 매춘부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공안국에 잡혀 들어 갔다가 나왔다.   그런 인연을 이유로 함께 1988를 타고 있다.   그녀의 많은 이름들 중에 이제 우리는 그녀를 나나라고 부른다.   이 책이 끝날 때까지....

 

  1988를 타는 이 남자는 이 여정 속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나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역시 자신이 살아왔던 그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고 따랐던 띵띵 형, 친구 10번, 그리고 그가 국기봉에 올라갔을 때 보았고 그래서 첫눈에 반하게 되었던 남색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

  남색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에게 반했지만 그 아이가 딱히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던 그는 4명을 후보자로 올려 놓는다.   그리고 그녀를 찾기 위해 눈보건체조검찰원이 되기도 하는 그이지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것은 초등학생 때가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그 사랑이 첫사랑이라서였을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로맨스 소설의 절대 법칙인 삼각관계가 그려지고 있었으니 그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는 유명 배우를 꿈꾸던 멍멍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가 세상 속으로 걸어가고 싶어 기자가 되었고, 특히나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어하던 그였는데, 그는 지금 과거를 회상하면서 1988를 타고 출소하는 친구를 맞으러 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나, 매춘부가 되고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와 매춘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그녀이다.   현재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비록 자신은 매춘부일지라도 아이는 한국으로 유학까지 시켜 공무원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데, 얼만큼 모아지기만 하면 벌금으로 날리는 신세인 그녀, 참으로 고달픈 그녀의 삶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롤모델은 있었는데, 그들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존재의 여인, 이 부분을 눈여겨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와 그녀,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듯 했는데, 그래도 이어지는 인연이 있었다.   직접적인 인연은 아니지만....

 

  이 남자와 매춘부인 나나, 서로 사랑을 느끼게는 되지 않았지만 친구는 될 수 있다고 서로에게 말했다.   참 서글픈 인생의 나나라는 여자, 그 불쌍한 여인의 친구가 그여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와 그녀의 1988를 타고 간 여정,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과거를 회상하고, 그렇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했던 그와 그녀의 이야기, 하지만 삶이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앞서 길을 만들어 주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가면서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가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 그의 기억이 되어버린 나나, 길을 향한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Comment

꽃으로 마음을 전하다

2011. 12. 9. 14:1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꽃으로 말해줘 - 8점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노블마인


  빅토리아에게는 엄마가 없다.   아니, 한때 그녀의 엄마가 되고 싶어했던 여인이 있기는 했다.   포도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엘리자베스라는 여인, 그녀는 빅토리아의 엄마가 되고 싶었고, 빅토리아 역시 그녀의 딸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소원처럼 엄마와 딸이 되지는 못했다.   도대체 빅토리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빅토리아는 이제 막 보육원을 나왔다.   입양을 가고 다시 파양을 당하는 버림에 더 익숙했던 소녀 빅토리아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보육원을 나온 것이다.   공원에서 노숙을 하다가 꽃집을 보았는데, 빅토리아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인장 레나타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게 된다.   빅토리아가 꽃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엘리자베스때문이었다.   그녀는 꽃을 가꾸었고, 그 꽃들이 가진 꽃말들을 빅토리아에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빅토리아는 레나타의 꽃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꽃말의 의미들을 생각하며 맞춤 꽃다발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손님들은 빅토리아의 꽃다발을 무척이나 맘에 들어하고, 꽃이 전하는 말을 되새기며 행복들을 찾아가게 된다.  

 

  빅토리아는 꽃시장에서 그랜트를 만나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조카인 그랜트를 말이다.   그랜트와 꽃말로 주고받는 대화를 하다가 서로는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빅토리아는 그 사랑에 자신이 없다.

 

  빅토리아는 사람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불신이 가득한 여인이다.    어린시절 입양이 되었다가 곧잘 버림을 받았던 빅토리아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한 이 년이 못 미치는 시간이야말로 누군가와 함께한 가장 긴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누군가와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없다.   엘리자베스, 빅토리아의 인생에서 그녀를 비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야말로 지금의 빅토리아를 있게 한 여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너무나 사랑했던 두 사람,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두 사람, 서로의 곁에 있고 싶었던 두 사람이어었으면서도 그들의 관계는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도대체 왜일까란 궁금증은 이 책의 다음 장을 넘기고 또 넘기게 만드는 힘이었다.

 

   나도 어린시절에는 꽃말의 의미들을 생각하면서 꽃을 바라보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꽃말의 의미가 된 꽃이 지닌 전설도 흥미롭게 들어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커가면서 꽃말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그저 외양의 이쁜 꽃들을 바라봤던 것 같다.   꽃의 꽃말따위에는 더이상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말로 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꽃의 의미로 대신 전하는 일이 참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장미를 주면서 사랑의 마음을 전하듯 굳이 말이 아니어도 그 마음의 의미들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 꽃이 그 일을 해준다는 것이 새삼 두근대는 설레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빅토리아가 꽃말을 담아 꽃을 선물하면 손님들은 그 의미때문인지 다시금 행복들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제 빅토리아도 다시금 행복을 되찾을 시간이다.   엘리자베스를 찾아갈 용기를 가지고, 그랜트와 헤이즐과의 사랑을 이어갈 행복을 말이다.   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 어떤 때는 말보다는 꽃이 더 잘 마음을 전달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해와 용서를 전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다시금 사랑과 행복을 되찾아 주기도 한다는 것을, 상처를 치유해주는 일을, 사랑을 고백하는 일을 대신 전해주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Comment

유령 소녀가 나타났다.

2011. 11. 29. 15:40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고스트 걸 - 8점
토냐 헐리 지음, 유소영 옮김/문학수첩

   소녀, 곰젤리 먹다가 죽었다.

   소녀, 유령이 되었고 다음 세상에 가기 위한 해결해야할 한 가지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이란 느닷없이 오는 것임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죽음 이 순간이 소녀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시간이 되어 버렸다.   평소 좋아하던 멋진 남학생 데이먼에게서 물리 공부에 대한 도움을 얻고 싶다는 말을 들었고, 그 소년이 잘 가라는 인사로 손짓을 하던 그 순간에 바로 곰젤리 먹다가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다.   소녀, 데이먼과 잘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는 이유가 말이다.

 

  죽어서 좋은 것이 하나는 있는 듯 하다.   그리도 좋아하던 남학생 데이먼의 곁에서 어슬렁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아이의 방을 따라 가고, 그 아이의 곁에서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볼 수도 있고....껌딱지마냥 그 아이 곁에만 맴돌고 있을 수 있으니 좋을 것도 같은데, 다만 그 아이의 눈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픈 일일따름이다.

 

  소녀, 그러니깐 샬럿은 학교에서 치어리더를 하는 폐튤라처럼 인기인이 되고 싶었다.   그녀처럼 데이먼을 남자친구로 데리고 다니고, 모두가 선망하는 치어리더가 되고....하지만 현실은 왕따.

  유령 샬럿은 죽어서도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유령만의 지침이라는 것도 있지 않겠는가.    죽은 자의 에티컷을 배우기 위해 샬럿은 이승과 같은 공간에 여전히 학생으로 있다.   학교라는 같은 배경 속에 유령과 산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이다.   유령이 보이지는 않아도 말이다.

 

  유령이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스칼렛은 샬럿이 보인다.   기가 약한가, 기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귀신이 보인다고들 하지 않던가...동양에서는....    그런데 서양은 다른가 보다.    스칼렛, 기가 약하기는커녕 개성이 강한 아이이니 말이다.    자기 세상에 사는 아이, 좀 으스스한 것들만 모으고 좋아하는 아이이다.    여하튼 스칼렛은 샬럿의 부고 기사를 쓴 인연도 있는 사이이다.    둘은 운명적인 것일까...

 

  유령 샬럿은 스칼렛을 이용하여 인기인 폐튤라의 무리에 끼이고도 싶고, 데이먼과 학교 파티에도 가고 싶다.   그래서 스칼렛을 이용하기로 한다.   스칼렛은 투명 인간이 되는 재미를 누리기 위해 샬럿의 제의를 수락하고 샬럿은 스칼렛의 몸으로 빙의된다.   스칼렛이 된 샬럿은 데이먼의 물리공부를 도와 준다.   그리고 스칼렛은 데이먼과 요란한 음악을 함께 공유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와중에 스르륵 사랑에 빠지게 되는 스칼렛, 데이먼...사랑해~~~~~

 

  역시 삼각관계여야 재미난다.   살렷과 스칼렛의 사랑을 향한 한판 승부, 하지만 샬럿은 죽은 자인걸.....데이먼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소원대로 학교 파티에 데이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등등

 

  청소년 소설로 흥겹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읽는내내, 영화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이런 류의 청소년 영화를 아주 좋아라하는 경향이라서 말이다.   여하튼 샬렷의 상황들이 웃기기도 하고, 끝에는 감동...뭐, 감동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고 샬럿이 무엇을 해결하지 못한 것인지 드러나는 끝장면은 미국 청소년 영화의 엔딩과 같다.

 

  유령이 된 샬럿이지만 여전히 이승의 삶 편에 서 있고 싶어하는 아이,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힘겹기만 한 유령 친구들.....미련이 많았던 샬렷인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집착적 미련, 하지만 일방적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물론 인기를 얻고 싶다는 것에 대한 미련도 남았던 아이지만.....

  유령 소녀 샬럿이 벌이는 소동, 흥겹게 읽어내려간 시간이었다.

 

 

Comment

신이 죽었다.

2011. 11. 29. 15:39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신이 죽었다 - 8점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근애 옮김/소담출판사


  신이 죽었다.   수단 딩카족의 여자 모습으로 내려왔던 신이 죽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신이, 왜 하필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이 세상에 내려온 것일까.   내전 속에서 동생을 찾아 헤매는 딩카족의 여인, 그 여인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신이 몰랐다는 말일까.

 

  사람들은 신을 믿는다.   신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적인 든든함, 그래서일까.   그렇다면 자신들의 영적인 기둥인 신이 죽어 사라진다면 남은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들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   이들은 그랬다.   하루 아침에 신이 죽어 버린 이 곳에 남은 사람들은 패닉 상태가 되어 버렸다.   폭력이 난무하고 살인이 일어나고....

 

  아이들이 모였다.   합이 10명의 친구들이 모두 의지할 부모님을 잃고, 신을 잃고, 그렇게 한 자리에 모였다.   릭의 집에서 모여든 10명의 소년,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그렇게 죽자고 합의를 보았다.   의지할 대상이 없는 곳, 신이 없어 세상이 멸망될 것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총을 쏘고, 죽은 친구를 치우고....

  한 명은 도망가고, 경찰이 찾아오고, 위협 사격을 하고, 경찰을 쏘고, 이제 남은 사람은 릭과 소년, 서로를 향해 총을 들고 쏜다.   하지만 릭의 총에서는 총알이 없었고, 그의 총에서는 총알이 날아가 릭은 죽는다.   혼자 살아남았다.

 

  신이 죽는다는 것은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들 한다.   그래서 세상의 종말 속에서는 무질서가 판을 치게 된다.   신이 죽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그렇게 어제와는 다른 오늘, 혹은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난무하는 세상.......그러나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고, 일상은 또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종말을 이유로 미리 자살할 이유도, 폭력이 난무해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   신은 죽었지만, 종말은 찾아오지 않았으니깐.....종말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영적 공허감에 빠진 사람들.....    자신들이 믿었던 신의 존재가 사라진 상태, 그들은 다른 무엇인가를 숭배할 대상을 찾게 된다.  바로 아이들......아이 숭배사상이 만연한 세상.

 

  아놀드는 가족들이 만류하는데도 전쟁에 참여 한다.   서로가 죽이고 죽는 싸움인 전쟁.....그리고 패전한 아놀드는 탈영을 하여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 나온다.   가족이 있는 그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 어느 마을, 전쟁 중인데도 사람들은 피신을 하지 않고 있다.   아들을 아들인 줄도 모르는 엄마는 자신이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 한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피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그녀....

 

  신이 죽었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두려운 사실이었을 것이다.   신의 죽음은 곧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 두려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책은 신이 죽었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신이 죽은 세상, 그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신이 죽은 세상의 이야기가....

 

Comment

무지개 끝 마을, 그곳에서 일어난 일.

2011. 11. 28. 11:4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무지개 끝 마을의 비밀 - 8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은모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좋아하는 추리작가의 작업 별장을 구경갈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그 들뜬 마음의 가득한 행복감 속에서 추리작가가 소원인 코즈키 슈스케는 평소 좋아하던 추리 소설가 니노미야 미사토가 살고 있는 무지개 끝 마을로 친구 유키와 함께 가고 있다.   유키는 니노미야 미사토의 딸로 형사가 되는 것이 꿈인 소녀이다.   미사토가 바쁜 일정 관계로 둘만이 우선 무지개 끝 마을로 가고 있다.   며칠 동안은 아스카가 그들을 돌봐 주기로 한 것이다.

 

  무지개 끝 마을, 무지개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고속도로를 내는 일로 마을이 시끌시끌거리고 있는데,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뉘어져 서로 소리를 높여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추리소설가가 꿈인 슈스케와 형사가 꿈인 유키, 그들에게 기회가 온 것일까.

 

  고속도로 내는 것을 반대해 왔던 사사모토가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이 된 것이다.   삼촌 집에 놀러왔다가 사건을 만나게 된 미남 형사 히카루는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이 고립되는 바람에 다른 경찰력의 힘을 얻지 못한 채, 마을 순경인 코무로와 살인 사건을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형사가 꿈이었던 소녀 유키는 이 절호의 기회를 가만히 앉아서 보낼 수가 없다.   히카루 옆에 딱 붙어서는 질문하고, 살인 현장을 구경하겠다고 하고, 정말 형사처럼 사건을 풀어보려고 바쁘다.

  추리 소설가가 꿈인 슈스케는 사사모토의 밀실 살인에 대한 답을 생각해내지만, 왜 살인자가 굳이 밀실 살인 현장을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 수는 없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잡지사 기자 신도 사건...... 

 

  아스카는 미남 형사 히카루에게 반하게 되고, 유키와 슈스케는 형사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직은 소년과 소녀라는 어린 아이들임에도 유키에게는 형사적 감각이 있고, 슈스케에게는 추리 소설가적인 감각이 가득하기만 하다.   결국 유키가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게 되니 말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까지 100여장의 페이지를 훌쩍 넘겨야 한다는 사실이 성격 급한 마음에 다소 장애가 될 뻔도 했지만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밝혀가면서부터는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다.   아이들이 사건을 풀어가서 인가, 크게 자극적이지 않고 소소한 추리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조용하니 살기 좋았던 작은 마을에서 고속도로가 난다는 사실로 들썩이게 되고, 마을의 분열이 일어나는 것과 개발을 위해 자연이 훼손되어져 가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는 뉴스에서도 접해본 일이라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무지개 끝 마을, 그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유가 무엇이며, 범인은 누구일까.......어제의 이웃이 오늘은 살인범이 되기도 하는 현실, 그 현실 속으로 무지개 끝 마을을 다녀왔다.

Comment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2011. 11. 16. 22:57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 8점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이재경 옮김/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노아의 방주 이야기라면 익히 성경을 통해 들었던 바가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나온다.   노아와 그의 세 아들, 아내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노아의 딸 팀나이다.
  성경 속 등장 인물과 저자의 가상 인물이 어우려져 대홍수가 일어났던 그때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노아의 가족은 이웃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나무토막 배를 만들고 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노아였기에 대홍수를 대비한 일이라는 것을 이웃들은 몰랐던 것이다.   다양한 동물들을 배에 태우고, 막내 아들인 야벳의 아내가 될 질라까지 보쌈해와 배에 태웠다.   질라는 함의 아내인 사래의 친구로 가족들과 떨어진 채 노아의 형제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대홍수가 일어났다.   쉼없는 비가 내린 것이다.

  사람들은 물에 떠밀려 다녔다.   아이고, 여인이고, 남자고 할 것 없이 모두 물살에 휩쓸렸다.   노아의 배에 오르지 못한 동물들 역시도 물에 떠밀려 갔다.   야벳과 팀나는 물 속에 떠 있는 그들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안타깝다.   아버지인 노아가 그들은 사탄이기 때문에 배에 오르게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기적이고 타락한 인간들을 대홍수로 휩쓸어버리려고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고로 하나님의 심판이 왔다고 노아는 생각하는 것이다.

  야벳과 팀나, 질라는 노아의 말을 따르는 것이 너무 힘이 든다.   하나님은 분명히 이웃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하셨는데 말이다.    노아의 배는 올라탄 동물들의 배설물로 엉망이기도 하다.   또한 사자와 같은 무서운 동물들도 있으니 언제나 신경을 곧두세워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야벳은 아기와 소년을 물 속에서 건져내 배에 오르게 만들었다.   사악한 비밀을 가지게 된 야벳과 팀나 그리고 질라, 아버지인 노아의 말처럼 그들이 진짜 사탄인 것일까.....

  이 책은 대홍수가 일어나던 날, 노아의 배에 탄 가족들과 동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선택된 노아의 가족, 그들의 항해 생활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향해가는 저 편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여정을 말이다.
  이 책에는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막내 딸 팀나가 있다.   팀나가 성경에 등장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도중에 노아의 배에서 내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선택된 자는 정말 노아 뿐이었을까.   노아의 가족말고도 새로운 세상의 땅에 도착한 하나님이 생각하시기에 타락하지 않은 착한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을까, 저자의 그 생각에 여운을 가져본다.

Comment

아픈 시대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우정에 울다.

2011. 11. 12. 17:02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디데이 - 10점
김병인 지음/열림원


  여기는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이다.   대식과 요이치가 한 사람은 쓰러져 누워 있는 채이고, 한 사람은 그를 끌어안고 있다.   나는 그들, 대식과 요이치를 통해서 한국의 근대사를 만나게 되었고, 찌릿한 몸떨림을 느끼며 하염없이 감출 수 없는 울음을 토해낸다.

 

  책은 대식과 요이치의 일지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디 데이 14년 전의 이야기가 그 시작점을 이루게 된다.   그날은 바로 조선인 대식과 일본인 요이치가 만난 첫 날이기 때문이다.   대식과 요이치는 달리기를 잘 하던 아이들이었지만 대식은 일본의 식민지 하에 있는 억압받는 조선인이었고, 요이치는 제국주의에 완전하게 물들어 있는 일본인 아이였다.   대식은 여동생과 함께 요이치의 아버지인 후지와라 상의 집에 엄마가 식모가 됨으로 정원의 한 귀퉁이 오두막에 들어와 살게 된다.  

 

  대식의 아버지는 항일의병이었다.   가족들 앞에서 일본인 헌병의 총에 맞아 죽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친절하다고 해도 일본인의 집에 들어와 산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소식이 조선에 전해지면서 조선에도 희망의 불꽃이 조선인들 마음 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달리기를 잘 하는 대식 역시 손기정 선수처럼 조선인에게 희망을, 가족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고싶어졌다.   대식의 소망은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고 그래서 일본인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는 신세를 면하는 것이다.   오로지 그것만이 삶의 목표가 된 대식이다.

 

  요이치와 대식은 서로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관계이다.   절대 서로의 친구이기를 원하지 않는 사이, 서로에 대한 경쟁의 견제가 심하다.   요이치 역시 대식처럼 달리기를 한다.   이번 올림픽에 가기 위한 선수를 뽑는 달리기 대회에서 일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요이치의 유일한 경쟁자라면 대식 뿐이다.    달리기 대회날, 요이치와 대식의 엎치락뒤치락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달리기는 결국 대식의 우승으로 결말이 났다.   꿈에도 바라던 올림픽에 나가게 된 대식, 하지만 대식은 퇴학을 당하게 되고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되는 대식에게 교장은 전쟁에 나가면 다시 학생으로 받아주고 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대식은 일본을 위한 전쟁따위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군인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이치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일본제국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아깝지 않고, 지금은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것이 젊은이의 올바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939년 대식과 요이치는 노몬한 지역에 와 있다.   같은 부대에 배속을 받아 한 내무반에 있는 대식과 요이치,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대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쟁 중에 소련의 포로가 되어 굴라크 갱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조선인 대식과 요이치는 함께 전쟁터에 나갔다가 소련의 포로가 되고, 소련에서 탈출하여 독일군에 합류했다가 드디어 1944년 노르망디 해변에서 일본으로 갈 수 있는 날을 받아놓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잠수함이 오기로 한 바로 전날, 하필이면 미군이 노르망디에 입성을 했고, 대식과 요이치는 또 다시 전쟁의 포화 속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바로 조선으로 돌아갈 날을 목전에 두고서 말이다....

 

  이 책은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영화가 몹시도 보고프다.   그 큰 스크린을 앞에 두고 대식과 요이치가 살았던 그 아픈 시대의 시간들을 만나며 책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내어 엉엉, 울고싶은 것이다.   대식과 요이치는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함께 한 힘겨움의 시간들 속에서 서로의 친구가 된다.   험난한 시간을 함께 보낸 그들, 1944년 노르망디 그 해변에서 대식이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요이치라는 존재였고, 요이치 역시 의지할 수 있었던 존재는 대식 밖에 없었다.   그들은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일제 강점기 속의 사람들이었지만 그날의 대식과 요이치에게는 더이상 조선도 일본도 없었다.   오로지 사람과 사람만이 존재한 것이다.   이데올로기 따위는 없이 휴머니즘만이 그 하늘 아래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재미나게 그리고 아프게 책을 읽었다.   제국주의에 완벽하게 물들어 있는 일본인 요이치가 싫지 않았던 것은 그 아이가 살아 숨 쉬고 있던 세상의 우물은 그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제국의 아이였던 요이치였는데도, 조선인을 낮은 존재로 바라보는 그였는데도, 그런 그는 시대가 낳은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요이치가 밉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잘못된 이념 속에 살아가는 그 아이가 그 시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결국 요이치는 신이라고 믿었던 천황에 대한 그의 믿음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시대가 낳은 아픈 아이들이었다.   대식과 요이치 때문에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시대를 산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옳지 않은 이념과 믿음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 하필이면 그곳에 대식과 요이치가 있었고, 나는 그들때문에 소리내어 울었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