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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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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2010. 9. 3. 11:1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콜링 calling - 8점
이지영 지음/북폴리오


  빅마마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적셨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그 빅마마 이지영 씨의 에세이가 나왔다.

  표지에 '눈부신 터키의 풍광 아래, 이지영 그리고 쓰다'라고 쓰여 있어서 터키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있을 것 같지만 저자 스스로도 말하듯이 이 책은 성공기도 여행기도 아닌 그녀 자신이 방황하던 시기에 적어내린 글이다.

  허니 터키를 볼 수 있다는 것보다는 이지영이라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 확실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에세이인 것이다.

 

  삶을 살다가 보면 방황을 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는 곧잘 짐을 꾸려 여행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 방황의 끝이 보일 때가 있다.   음악인인 그녀는 이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자신의 꿈을 더욱 깊게 아로새겨 가는 듯이 보인다.   그녀는 말하지 않던가.   향기롭고 맛난 사과도 먹고난 뒤의 그 껍질을 그냥 두면 썩어서 고약한 악취를 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문득, 안주하는 것은 삶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삶이란 언제나의 질주이고, 그 질주 속에서 메마르지 않는 향기를 품어내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속에는 사진과 함꼐 그녀가 터키로 떠났던 그곳의 이야기도 더러는 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드문드문 보였다는 생각만 드는 것은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닌 그녀의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번 음악을 소개해주면서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음악, 그녀에게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사람의 젊은 음악인, 그녀의 이야기를 오롯이 듣게 되는 시간, 그 쯤에 서 있게 하는 에세이였다.  

  그녀의 방황도 엿보고, 그녀의 음악 이야기도 듣고,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그녀를 만나고, 덤으로 터키의 사진들도 있고....

  길지 않은 이야기들로 채워놓고 있어 책을 읽는 시간은 금세 마무리 할 수 있다.   터키 여행기를 기대했다가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빅마마의 이지영이라는 그녀를 만나기 위한 시간으로는 기대를 채워주지 않을까.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방황의 종지부를 찍어낸다.   아니, 그럴 것을 기대한다.   그 여행지가 저자처럼 터키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곳일 수도 있다.   삶을 살다보면 흔들릴 때도 있고, 그 흔들림에 빈혈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또한 우리들이지 않던가.   여행은 방황을 달래어주고, 우리들은 또 그렇게 성큼 자라난다.

 

[책 속 글귀]

정답은 없다.

가끔 인생의 모든 욕구가 시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빈 것은 채워지고, 채워진 것은 비워진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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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과 떠난 북유럽 캠핑카 여행

2010. 7. 18. 10:57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8점
배재문 글 사진/부즈펌


  여행이라고 하면 가족과 함께 떠나던가 아니면 홀로 여행을 가던가 그것도 아니면 지인들과 함께 가는 여행으로만 당연히 생각해 왔다.   낯선이를 만나는 것은 여행지에서부터인 것이지 여행을 가기 전부터라니, 사실 생각해보지 못 했던 일이라 이 책의 제목이 너무 신기했다.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떠나는 여행이라니, 여행의 동행자를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닌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으로 정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여행도 그 묘미가 인상적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기 시작한다.   여행이라는 것의 처음과 끝까지 여행의 맛이 물씬 풍기게 되는 포스가 아닐까 하는 즉, 여행이란 낯설음에 뛰어들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의 묘미든 뭣이든 낯설은 사람과의 여행 동행이라는 것은 이것저것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우선은 여행 경비에 따른 가장 골치거리인 돈 문제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저자도 여행 전에 언급했듯이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고 낯선 이들과 여행 일정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해서 홀로 여행이나 아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보다 여행 전부터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걱정들, 쏴~하니 물러간다.   낯선 이와의 여행 동행이라지만 한번 만나기 시작하면 또 금세 친해지는 것이 사람들 아니던가.   낯설음은 만남과 동시에 친근함이 되고, 친근함은 익숙함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을 그 불변의 진리를 떠올린다면 낯선 사람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그리 어렵고 복잡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저자의 낯선 이들과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여행 준비에서부터, 그들과 함께 떠난 북유럽의 활기찬 여행의 추억 보따리까지 책을 넘기는 일이 술술 가볍다.  

  여행이라고 하면 외국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것을 한번쯤 동경하게 된다.   바로 이 책에서 그 캠핑카의 북유럽 여행을 실컷 구경하게 되니 언젠가 있을 캠핑카 여행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캠핑카는 어떻게 빌리고 사용하고 여행하는 것이 좋은지 친절하게 소개해주니 말이다.

 

  북유럽의 여행, 이들은 동심으로 쓩~하니 날아간다.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그런데 많은 관광객들에게 시달리고 있어 어쩌면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덴마크를 떠나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길, 외레순 대교를 건너고 있는 그들이다.   여기서 참고할 사항은 외레순 대교 통행료가 우리 돈으로 13만 원 가까이 되는 790크로네가 된다는 사실이다.  

 

  북유럽의 물가는 높다고 한다.   그나마 고기를 마트에서 사먹는 것은 저렴하다고 하니, 이들처럼 마트에서 잔뜩 구입해와 바비큐 그릴에 지글지글 구워 먹으면, 사르륵~침이 고인다.  

  핀란드에서 숲을 거닐고 사우나를 즐기고, 산타클로스 마을도 다녀오면서 엽서도 끄적인다.   북유럽의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노르웨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자연은 경이롭기만 하단다.   트론헤임에는 북유럽 전체를 통틀어 손가락 안에 뽑힌다는 큰 규모의 니다로스 대성당이 있고, 바다를 접하고 있는 베르겐에서는 해산물의 싱싱함으로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피오르 투어, 뤼세 피오르의 프레이케스톨렌은 인공적 펜스가 없는 절벽이라 스릴만점의 쾌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자연의 장엄함도 한몫을 할테고....

 

  낯선 이와 여행을 한다는 것, 가끔씩의 의견 충돌을 만나게도 되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발견하게도 되는 함께의 추억을 깊이있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북유럽이라는 멋진 여행지를 하나의 목표지점으로 만나 캠핑카에 몸을 실은 그 여행은 하나 하나가 가슴으로 박히게 들어오는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쌓아가는 시간, 그래서 그 추억이 진국의 여행으로 남겨지는 다시 만날 때는 친숙한 그들이 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인연을 멋드러지게 만들어내고 소화시킨 여행, 그 여행을 따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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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열정의 요리사 아키라 백

2010. 6. 23. 15:2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라스베이거스 요리사 아키라 백 - 10점
아키라 백.최상태 지음/김영사


  한국에서는 야구선수로 꿈을 키웠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는 스노보더의 꿈을 펼쳐내려고 했던 청년이 있다.   그런 그가 어리둥절하게도 요리사가 되었다.   그것도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의 일식당 옐로테일의 총주방장이 된 것이다.   처음 표지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하얀 요리사복을 입었음에도 우락부락 무서운 모습이었다.   그의 어린시절 인생들처럼 운동선수가 제격인 몸집과 외모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타고난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그가 왜 하필 요리사가 되었던 것일까.

 

  그가 처음부터 요리를 꿈 꾸었던 것은 아니다.   스노보드 선수 시절, 운동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좌절과 방황 속에서 나날을 보내다 우연치않게 마주하게 된 켄이치 일식당의 구인광고을 보게 된 것은 그의 인생에서 제 2막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됨을 알려주는 듯 했다.  

 

  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서 매번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그들의 노력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아키라 백, 켄이치 일식당의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그의 노력과 열정은 감탄과 반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최고가 되기위해서는 누가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기 보다, 스스로가 노력과 열정, 성실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하기에 켄이치 일식당의 주방에 입성한지 5년만에 주방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남들 10년 걸린다는 시간을 반으로 단축한 것이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그 전에는 요리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그가 말이다.

 

  그는 주방장으로 성장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을 때, 뒤늦은 요리 공부를 시작한다.   유명 일식당의 주방장이라고 뻐기기보다 다같은 학생의 자세로 공부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또 한번 감탄과 반성을 만나게 했다.   그리고 더 나은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과감하게 요리 여행을 떠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열정과 노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는 최고의 스승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미국의 도시들을 유랑하면서 곳곳의 유명 식당에 취업해 다시 밑바닥부터 일을 하면서 다양한 요리의 접근법을 배워나가게 된다.   

 

  요리 여행 중 그의 노력과 성실을 눈여겨 봤던 노부에 의해 마츠히사 아스펜의 총주방장으로 일을 하면서 그는 최고의 스승 노부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 호텔 업계에서 동양인 최초, 최연소 총주방장이 되어 옐로테일 일식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오너 셰프가 되기 위해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는 일에도 열심인 그이다.   이야기를 하자면 옐로테일 로고 아래 자신의 이름인 아키라 백을 넣은 일, 아키라 신발이 있고, 사케도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 자신의 식당을 가지는 것이 꿈인 사람이다.   노부처럼 유명 오너 셰프가 되고 싶은 그의 꿈은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유도는 일본이 종주국이지만 우리 나라가 더 잘 한다.   일식 역시 일본 요리지만 한국인의 손끝에서 그 맛이 세계 최고로 이루어진다고 본다면 이 또한 일본의 콧대를 누를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한식도 세계에서 우뚝 서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키라 백 같은 열정과 노력을 가진 세계 곳곳의 오너 셰프를 꿈 꾸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셰프를 꿈을 안고 세계로 나아가는 이들을 응원하면서 아키라 백의 조언들을 귀담아 듣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 여러 번 읽어보았지만 이 책만큼 더 와닿게 식은 열정에 불을 데워주는 것은 없었던 듯 하다.

  어떤 일이든 꿈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다해야 한다는 것과 그 꿈 앞에 마주하게 될 여러 장벽들을 이를 악물고 견텨내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키라 백, 그의 노력과 열정의 삶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책의 표지에서 느꼈던 그의 무서웠던 인상이 이제는 너무도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의 짓는 웃음이 너무도 순하게 보인다.   그의 열정과 노력의 모습을 잊지 않으며 나 역시 나의 삶 안에 그 열정과 노력을 담아내고 싶어진다.   참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그의 부모님이다.   아들의 진로에 믿음으로 밀어주었던 그의 부모님을 높이 평가하고 싶고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꼭, 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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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당 스님의 시와 그림

2010. 6. 2. 10:55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허허당 비고 빈 집 - 8점
허허당 지음, 신명섭 옮김/고인돌


  시를 읽으면 명상을 더불어 하게 되는 것 같다.   시는 그만큼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는 너무 많은 각각의 생각들을 심어버려서, 시로 인해 심어진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가꾸어나가는 일이 그렇게 열매로 영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아서 말이다.   시가 우리들에게 심어내는 생각들은 삶의 희노애락일테고, 그렇게 시로 인해 삶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삶을 되돌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니 말이다.

 

  허허당 스님의 시를 처음 만나본다.   그분의 그림 역시 처음 만난다.   여백이 있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분의 몇몇 그림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비 온다/ 밤은/ 삼각 모서리/ 비 그치고/ 새 왔다 - 65쪽]  하루라는 제목의 시이다.   흠뻑 젖어드는 고난의 비가 오늘 내렸다해도 다음 날이면 그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 아래 고운 목소리의 새가 날아든다.   그런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결국 폭풍우도 그치기 마련이다.     

 

 [그런 것이다/ 때론 멀리서 들려오는 반가운 사람/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편안하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문득/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한세상 살 만하다/ 그런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 모든 것이 평온하다/ 살 만한 세상이다 - 82쪽] 세상,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만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단지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삶이어도 누군가를 마냥 기억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하나가 쉼표를 안겨주는 삶의 편안함임을 것도 살만한 삶이지 않는가는 시인의 말이 백배 공감가는 시간이 된다.   삶도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호흡하지 못 하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이지 않겠는가.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결국 삶을 호흡할 수 있는 추억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밤새 우는 개구리는/ 밤새 울고도 아무런 말 없었고,/ 밤새 우는 개구리 소리를/ 밤새 듣는 나도 아무런 말 없었다/ 말을 하기엔/ 내 안의 숨이 너무 길었다 -112쪽]  가끔은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 그렇게 말없이 들어주기만 해주는 것, 그것이 그 어떤 위안보다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누군가가 토해낸 슬픔을 되받아 말로 담아내기에는 그의 슬픔도 들은 나의 마음도 우물처럼 깊어져 있음을 알기에 말이다.     

 

  허허당 스님의 시와 그림이 담겨진 책을 읽으며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 그렇게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들어오는 생각의 씨앗들이 내 안에 포근히 자리잡는다.   그림이 시와 함께 있어 더 편안하고, 시가 명상을 안겨주어 또 편안하다.   비고 빈 집의 마당에 날아들어오는 또한 시인의 [하루]라는 시처럼 비 그친 후의 새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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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풍경을 찾아 떠난 일본 여행

2010. 5. 28. 16:43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우리 흩어진 날들 - 8점
강한나 지음/큰나무


  내 기억 속에는 잊혀지지 않는 여행지가 있다.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 길을 지나면 비로소 나타나던 고즈넉한 오래되어 낡아보이던 고풍스러운 절!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오래되어서 그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내어보이고 있는 그 낡음이 아름답고 편안하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흩어진 날들>은 오사카, 고베, 나라, 히로시마, 나가사키, 교토 그리고 도쿄의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찾아 떠난 여행 에세이다.   오래 되었다는 것은 세월의 깊이를 그만큼 견디어내었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편안하고, 감성적인 마음에 젖어들게 만드는....

 

  오래되어 기나긴 세월들을 살아오면서 낡아져버린 하지만 그래서 더 수수해보이고, 순수해보이고, 그 꾸밈없음이 자꾸만 기억의 끄트머리에 남아 떨쳐내어지지 않는 추억으로 새겨져버리는 소중한 시간.   여행의 테마는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소박한 추억을 가지기 위한 여행, 오래되어 낡았지만 그것이 품어내는 편안함에 울컥 감동을 만나게도 되는 그런 여행, 일본의 낡음을 만나는 이 시간이 설레는 기대로 다가온다.

 

  오사카 중에서도 도톤보리와 난바 지역을 좋아한다는 저자, 난바 중에서도 센니치마에 도오리에 들어서면 60년 전통의 '551호라이'라는 대왕만두집이 있다.   그리고 그곳을 등져 걸으면 15평 정도의 '센나리야'가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수입품을 팔고 있다.   또 그리고 100년이라는 긴 긴 시간을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선 카레집 '지유켄'을 만날 수 있다.   소박한 외관에 내부는 낡은 벽면을 가지고 있는 좁은 식당이지만 그 맛은 100년의 시간만큼이나 깊고 맛있다.

  물의 도시 오사카에는 도톤보리 천이 있다.   1612년 야스이 도톤이라는 상인이 강을 운하로 정비한 도톤보리 천 일대에는 먹자골목도 생겨나고 일본 연극의 본거지로 자리 잡은 곳으로 좋은 일이 생길 때 도톤보리 천으로 뛰어드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오므라이스를 처음으로 개발했다는 식당 '홋쿄쿠세이', 나도 오사카를 가게 된다면 꼭, 들러서 그 변하지 않은 맛을 혀끝으로 느끼고 싶다.

 

  빵집이 많고, 서양식 건물이 영화 세트장처럼 거리마다 들어서 있다는 고베!   저자는 고베에서 재즈를 만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재즈음악 중심지라는 고베, 지금도 그 명성을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키타노 이진칸가이, 120년 전 개항과 함께 외국인들이 모여 살게 된 마을이다.   그 이국적인 풍경은 사진 속에 담겨진 유럽처럼 느껴진다.   1972년 프랑스인 필립 미고에 의해 생긴 빵집 '비고노미세'는 전통의 맛을 잃지 않고 있지만, 전통과 현대의 맛이 조화를 이룬 명란 바케트가 별식으로 유명하다.  

 

  오사카와 고베 외에도 나라, 나가사키 등 일본의 오래되고 낡은 풍경들을 만나는 여행이야기는 가득히 이 책 속에서 정감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여행이 다 설레이겠지만 이번 여행만큼 편안함을 안겨주는 여행은 없었던 듯 하다.   화려함과 새로움에 들떠 잠 못드는 설레임이 있는 여행만이 여행은 아니라는 사실,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오래되어 낡았지만 그것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무한한 안도감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세월의 더미 속에서 빛바래지고 낡아졌지만 그것이 우리들에게 안겨주는 평안, 이 책 속에서 그 내음을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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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사

2009. 11. 30. 20:28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위화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허삼관 매혈기]로 부터이다.  가슴에서부터 발하는 감동을 미처 추스리지 못해 끝내 엉엉 소리내어 눈물 짓게 만들었던 그를 심장에 박아넣으며, [인생]이란 책으로 그 두번 째의 만남까지 이어갔다.  그와의 두번 째 만남에서 역시 나는 또 주책맞게 눈물로 가슴을 적셨고, 그렇게 그는 나에게 감동만을 심장 속으로 몰아쳐 왔다.  그의 쓰나미같은 감동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이 오히려 감사한 행복이었을만큼 위화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한한 축복처럼 여겨졌었다.  

 

  이번은 그를 만나는 세번 째이며 산문집은 처음이다.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위화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엿본다는 것은 얼굴을 발그레하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 산문집 읽기가 매번 조심스러웠으나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이 책은 위화가 자신의 아들을 가지게 되면서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세 살이 되기 전의 그의 아들은 외출을 하기만 하면 택시를 잡아 타자고 말했다고 하고, 야단을 치며 벌로 집 밖에 내놓았더니 어느 날은 잽싸게 들어와 오히려 집 현관을 걸어잠궈 자신이 내쫓겨나 버린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해서 겹쳐지는 영상은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으면 밀밭으로 숨어들어갔던 위화의 어린시절의 추억담이다.  아버지의 노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은신처인 밀밭에 숨어 있다 들어갔는데, 어느날은 금세 들켜버려 엄청 혼이 났다는 일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화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찐빵과 만두 이야기도 들려준다.  위화는 치과의사로 5년간 생활을 하다가 작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한국 방문기도 실려 있어 반갑기가 그지없다.  그가 생각하고 있던 한국의 인상을 들으며, 그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가 진정한 책읽기라는 것을 한 것은 20대부터였다고 한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책읽기의 바다 속을 헤엄치기 시작했는데, 그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다니 입이 헤벌죽해진다.  그 역시 고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그가 읽었다는 빅토르 위고의 글이나 보르헤스의 글들을 나는 아직도 못 만나고 있으니 반성의 숙연한 시간을 가져본다.  장편소설을 쓰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한 부분을 보면서 작품을 하나 탄생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도 된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작가인 자신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허삼관 매혈기]는 정말이지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 걸작이라고 말함을 주저함 없게 한다.  1996년작인 그 작품의 발문과 중국어판 서문, 한국어판 서문, 독일어판과 이탈리아판 서문이 실려 있다.  이외에도 [살아간다는 것], [가랑비 속의 외침], [현실일종] 등 그가 쓴 작품들의 서문이 있다. 

 

  인간 위화의 삶이라던가, 생각들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러웠던 것은 그의 작품 속에서 느꼈던 감동이 너무나 커서 작가 자신에게 가지는 이상이 커져버려서였다.  내 안의 그와 실제의 그 안에서 충돌하게 될 무언가를 만나게 될까봐 그를 알아가는 일에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의 산문집을 덮는 시간, 실제의 그를 알아가게 된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허세에 쩔어 있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응원한다.  나는 위화를 좋아한다.

 

[인상적인 구절]

  나는 내 작품이 점점 쉽게 변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대의 변화인지 사람의 변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그저 살아 숨쉰다는 사실과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됐고, 문학의 위대한 점은 바로 동정과 연민의 마음에 있으며, 이런 느낌을 철저하게 표출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실험이 아니라 이해와 탐색이며, 형식상의 탐색은 형식 자체의 창조나 다른 어떤 표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함이며, 인간의 내심을 표출하기 위함이지, 결코 내분비물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다.

- 중략-  앞으로 나올 작품 소게는 더 많은 의의가 담겨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 의의는 영혼과 희망이 담겨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을 말한다.                             

                                                                    -208에서 209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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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2009. 11. 6. 23:4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그건, 사랑이었네 - 8점
한비야 지음/푸른숲

  바람의 딸, 한비야 그녀와의 수다시간이 늘 행복하기만 하다. 그녀가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번 책은 세상을 돌아다니는 땀으로 축여진 혹은 구호팀장으로의 현장 모습의 이야기가 아닌 여행과 구호현장에서 돌아와서 한숨 내쉬어가는 시간으로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속이야기들을 들려주겠다는 것인데, 편안한 자세로 진하게 태운 코코아를 앞에 두고 느긋하게 자리를 잡아본다.  그럼, 이제 그녀의 수다를 들어볼까.

 

  자신의 모든 것들이 맘에 든다고 하는 그녀, 자신이 58년 개띠인 것도 맘에 들고, 자신의 이름이 공비야니 노비야니가 아닌 한씨 성을 가진 한비야인 것도 맘에 들고,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이 맘에 든다는 그녀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독자인 나도 절로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나도 나를 마음에 들어해 보아야겠다.  불쑥불쑥 싫은 구석들이 많은데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한비야, 그녀처럼 그냥 나를 좋아해버리자..모든 것들을 마음에 들어해보자. 그렇게 긍정적으로 재밌고 호들갑스럽게...

 

  산을 좋아한다는 그녀, 산에 가면 풍요로워진다면서 집 근처의 북한산은 숱하게 올랐다고 한다.  산의 돌과 나무의 위치가 어디인지 눈을 감고도 알 정도로 말이다.  나랑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높은 산에 올라가야만 생긴다는 고산병을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초입부터 느끼기 시작한다.  두통과 메스꺼움, 그리고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사람마냥 턱까지 차오르는 숨참에 심장이 터질 듯이 헉헉댄다.  그래서 쉬엄쉬엄 산을 오르며, 굳이 정상을 오를려고 하지도 않는다.  산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그녀, 같은 산을 수 십번이고 오르는 그녀, 그러나 그때마다 산은 그녀에게 다른 모습의 새로운 곳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녀처럼 산을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꿍 생겨난다. 

 

  이 책 속에는 그녀의 신앙이야기도 나온다.  하나님을 믿는 그녀, 하지만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는 않다.  세계의 구호팀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종교에 대해 존중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니, 역시 세계인이 된다는 것은 항상 열려 있는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아프리카의 오염된 물을 마시며 생활하는 아이들, 그래서 실명이 되고, 기생충에 감염되고 그런데 그 물을 정수하는데 드는 알약값이 겨우 한달에 삼천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을 밖의 물을 길러 가는 소녀들은 길목에서 성폭행까지 당하기도 한다는데, 마을에 펌프를 설치하게 되면 아이들을 위험에서 구해줄 수 있다.  펌프를 놓는데는 칠백만 원이 든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도와줄 사람들이 허다한데 굳이 외국에까지 눈을 돌릴 이유가 있나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인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한비야, 그녀가 구호팀장으로의 생활을 접고 지금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세상의 빛의 도구로 흔쾌히 쓰임을 받고자 하는 그녀, 세상에는 그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고, 그녀를 롤모델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녀처럼 지도 밖으로 행군하고싶어하는 사람들, 그녀처럼 용기를 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한비야, 그녀는 거침없이 길을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사람같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라고 매번 명랑하게 행복하고, 겁없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다시금 나아가는 힘을 지니고 있는듯 하다.  그건 이 책의 제목으로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것이 그녀 삶의 기본 바탕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기에 정해진 굴레가 아닌 지도 밖으로 행군해 나아갈 수 있는 그녀인 것 같다.  한비야, 그녀와의 수다시간, 진한 코코아 향으로 달싹해진 편안함처럼이나 아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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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랑

2009. 10. 14. 22:1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인도방랑 - 8점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작가정신

 죽기 전에 꼭 가보고싶은 여행지가 인도이다.  좋아하는 류시화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인도가 가보고싶어지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인생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인도는 가봐야 하는 곳이 아닌가 싶어질 정도이다.  인도에 가면 정말 모든 것의 해답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까.  그 어떤 질문에도 시원스러운 답을 구해올 수 있는 곳일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나마 인도만 가면, 인도만 갔다 오면, 영혼이 성장할 것 같다.  혹은 인생에 대해 초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막연하게 그렇게 느끼게 되는 인도이다.

 

  방랑을 해도 인도에서 하고, 그 방랑의 끝을 내어줄 것 같은 곳도 인도이니, 인도와 관련된 책들에는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눈길이 간다.  인도에서 찍는 사진은 모두가 예술 사진이 되고만다.  이 책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도 그렇게 말했지만 정말이지 인도에 갈 것이라면 사진기 하나 정도는 필히 준비해두어야 할 것 같다.  사진 찍는 솜씨 없는 사람들마저도 찍는 족족 예술이되고 마는 작품들을 담아줄 것이니 말이다.  길 가는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막무가내로 찍어 담아도 그것이 곧 예술 사진처럼 느껴지는 곳, 인도, 그 인도가 자아내는 풍경이나 베어진 삶의 모습들은 오해이든 과대포장이든 왜 그렇게 영혼적으로만 보이는 것일까.

 

  길 가는 거지차림의 초라한 사람들조차 성자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닮아 있는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게도 그들을 추남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자연을 닮아있어 추남이라, 그만큼 겉치레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온전히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성자들이었다는 이야기이겠지.

 

  이 책은 저자가 20대의 젊은 시절, 훌쩍 떠났던 인도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글과 함께 실려 있는데, 한창 경제적 고속 성장을 하고 있던 일본을 떠나 인도를 향했던 젊은 혈기의 한 청년이 빈곤의 나라 인도에서 느꼈던 이야기들인 것이다. 

 

[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책, 자연의 생명력이 대지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인도에서의 방랑, 어디로든 여행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는 듯 하다.  그것이 인도라면 우리들은 더 큰 성장을 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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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2009. 10. 1. 00:2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 8점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이룸

   이 책은 줄리아 차일드가 프랑스에서 생활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의 기록으로 줄리아의 남편 폴은 미국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외교관이다.  그가 이번에는 프랑스로 발령을 받아 일을 하게 되었고, 줄리아는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그녀가 프랑스에 반하게 된 첫 번째는 아마도 라 쿠론느 레스토랑에서 먹은 완벽했던 점심식사에 있지 않을까 싶다.  라 쿠론느의 음식이 평가 기준이 되어 버렸을 정도였다고 하니, 잊지 못할 맛의 프랑스 첫 추억이 되었나 보다.  이를 계기로 줄리아는 프랑스 요리에 반한 듯 하다.  여하튼 그녀의 프랑스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요리에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 위해 꼬르동 블루 요리학교에 수강 등록을 하게 되니 말이다.  착오로 인해 6개월간 배우려던 것이 1년 과정으로 들어서게 되었지만, 전화위복의 순간이 되었다.

 

  줄리아는 꼬르동 블루에서 수업을 받을 때,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하고 있을 정도로 프랑스 요리에 푹 빠져들어있음을 보여준다.  파리의 시장과 레스토랑들을 다니면서 그녀는 요리야 말로 풍부하고도 깊은 매력적인 분야라고 깨달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요리라면 무진장 좋아한다.  다만 하는 것보다는 먹는 것에 더한 매력을 느끼지만 말이다. 

 

  프랑스에서 그녀는 요리를 좋아하는 심카와 루이제트와 함께  '에콜 데 트르와 구르망드'라는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요리법, 조리도구,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 연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 작업의 결과물을 출판하기로 결심하며 책을 쓰는 일에 줄리아는 열정을 쏟는다. 

 

  미국에서 줄리아의 책은 1961년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총 732페이지 분량으로 완성되어 서점에 진열된다.  그 인기는 상승곡선을 그려갔고, 줄리아는 '프렌치 셰프'라는 티비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까지 하게 된다.  결국 프랑스와의 인연은 프랑스 요리를 만나게 했고, 그녀의 인생을 180도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줄리아는 이 책의 첫머리에서 자신이 일생동안 가장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남편 폴, 프랑스, 요리를 하는 행복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요리의 즐거움을 만나고, 그래서 방대한 량의 요리책을 출판하기도 한 줄리아의 인생, 제목처럼 즐거움이 가득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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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못 읽는 남자

2009. 9. 15. 16:42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책, 못 읽는 남자 - 8점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알마

  삶을 살아가는 일들 중에서 느끼는 행복은 많을테지만, 그 중에서 취미가 안겨주는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책을 읽는 일이라고 말할 것같다.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 부러움처럼 어린시절부터가 아닌 것을 제외하고는 책이 안겨주는 아쉬움은 찾을 수가 없다.  오롯이 행복만을 전해주고 있는 책을 읽는 일이라는 것이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도, 상상하고싶지도 않은 일이기에, <책, 못 읽는 남자>라는 이 책 제목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지 못 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하워드 엥겔은 유명 추리 소설가라고 한다.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인 그가 책을 못 읽는다니, 그것은 얼마나 큰 절망감이 될 것인가.  작가란 쓰고 읽는 사람들이지 않던가.  그런데, 하워드 엥겔은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는 없는 희귀한 질환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적었으나, 그 쓴 글을 읽지는 못 하고 있는 작가, 그래서 퇴고라는 것을 할 수 없는 작가.

 

  어린시절부터 보이는 족족 책만을 읽었다는 책벌레였던 하워드 엥겔에게 어느 날, 찾아온 병증은 뇌졸중이었다.  그리고 그로인한 정확한 그의 병명은 알렉시아 사이니 아그라피아, 즉 실서증 없는 실독증인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할 수 있으나 쓴 그 글을 읽을 수는 없는 희귀질환이다.  이 책은 저자인 하워드 엥겔의 쉽게 말해 투병기이다. 

 

  하워드 엥겔은 다시 읽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앓고 있음에도 지금의 이 책과 소설 역시도 출판하게 된다.  소설은 자신처럼 같은 병증을 갖고 있는 베니 쿠퍼맨을 등장시킨 <기억 공책>인데, 초고를 끝낸 작품을 올리버 색스 박사에게 보내기도 한다.  올리버 색스 박사는 저자가 무척이나 만나고 싶어했던 동경의 작가이다. 

 

  저자는 이 책을 단순한 투병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 그는 뼛 속까지 작가인 사람이니, 단순히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앓는 사람의 이야기만을 적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작가이기에 자신의 현 정신적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들은 작가인 그의 모습으로 이 책의 이야기를 들으면 될 것 같다.  실서증 없는 실독증을 앓는 이의 책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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