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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두드리는 소리, 터치

2012. 12. 2. 10:30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터치 - 8점
민병훈 지음/오래된미래

   영화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에서 [터치]를 보았다.   예고편을 보면서 흥미로움을 느꼈었는데, 영화로가 아니라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 속에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생명...그래서 그 상징으로 사슴을 등장시켰노라고.

 

  수원과 동식은 세상 속에서 어린 딸과 함께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딘가 여유를 찾고싶어도 그들에게 세상은 그런 여유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수원은 세상의 속물이 되어가고 있다.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요양원으로 빼돌리는 대가를 받기도 하고, 병원 몰래 약을 환자에게 강매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수원은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어딘가 숨을 쉴 구멍이 그녀에게는 없으니 말이다.    메마른 감정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 역시 살아남기 위해 무감각해질 수 밖에는 없다.

 

  동식은 한때 유망주 사격 선수였으나 현재는 알콜중독자로 여학교 사격 코치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계약이 만료되어 한숨만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식이 있던 날, 그는 이사장에게 계약 연장을 부탁했다.   그러기 위해 마시지 말아야 할 술도 거푸 마셔되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사고가 일어났다.   

 

  동식은 사람이 자신의 차에 치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제자, 하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그 아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지만 동식은 두려웠다.    이제 다시 계약이 성사되어 희망의 삶을 이어가려는 순간에 일어난 사건, 자신의 차에 치여 길바닥에 누워 있는 저 아이의 생명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이 자리를 피하고싶다는 생각, 그는 뺑소니를 치고 만다.    그렇게 그의 희망의 불빛은 사그라지고 만다.

 

  동식은 뺑소니범으로 잡혀간다.    그것도 그렇게 술 마시지 말라고, 마시지 않겠다고 수원과 약속을 하고서도 음주 뺑소니를 저지르고 말았으니 수원은 동식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알콜중독자가 되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 왔으면 정신을 차려야 하는 동식이건만 그는 여전히 술을 권하는 사회에서 술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잘 해결되어 동식은 풀려난다.      학교 코치 일을 그만두게 된 그는 불법 사냥꾼이 되어 며칠을 산 속을 헤집고 살아간다.   그리고 맞닥뜨린 눈이 맑고 동그란 사슴, 그는 도저히 사슴을 향한 총부리를 당길 수가 없다.

 

  수원도 동식도 사슴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사슴의 눈망울을 보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것이다.

  한낱 환자의 죽어가는 생명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던 수원에게도 우연하게 다시 만나게 된 한 죽어가는 여 환자 앞에 그녀의 생명을 살리고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 영화 예고편으로 만났던 [터치], 그때 느꼈던 그 흥미로움은 책을 읽는 와중에도 계속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무감각해진 메마른 현대 사회 속에서 생명은, 존엄성은 무가치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존귀하게 여겨야 할 것은 바로 생명이며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가가는 일, 그것은 바로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일이 될 것이다.      서로에게 가지는 관심이야말로, 자살도, 무자비한 살인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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