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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지는 마을에서의 추억

2008. 8. 6. 19:11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저녁놀 지는 마을 - 8점
유모토 카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바움


이 책은 딸에게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 하는 무뚱한 아버지와 가족에게 무책임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지닌 딸 그리고 그 부녀 관계를 지켜보고 있는 손자인 주인공 가즈시가 읊조리고 있는 이야기이다.  읊조린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처럼 이 책은 잔잔한 시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옛날의 아버지들은 특히나 더 자식들과 살가운 관계로 지내지 못 했던 것 같다.  가족을 돌보는 일도 부족했고, 자식들을 사랑하는 일에도 부족했던 옛적의 아버지들 모습은 그러했던 것 같다. 


남편과 이혼을 하여 가즈시와 단 둘이서 저녁 놀을 따라가듯이 서쪽으로만 이사를 간 가즈시네.  그러던 어느날 짱구영감이라고 불리는 외할아버지가 나타나면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부모님의 임종을 지켜볼 수 없다는 이야기 속에서 짱구영감이 보란듯이 더욱 밤에만 또각또각 손톱을 깎아대는 가즈시의 엄마.  짱구영감은 밤에 잠을 잘 때도 모퉁이에서 웅크리고만 잤는데, 그 이유가 심장이 아파서 였다는 것을 뒷날에 알게 되는 가즈시....


엄마가 불륜으로 동생을 가지게 되고, 또 그렇게 동생을 뱃 속에서 잃게 되었을 때, 말없이 밖으로 나가 한 가득히 피조개를 잡아왔던 짱구영감, 그 마음이 곧 여태껏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 했던 짱구영감의 딸에대한 사랑 방식임을 가즈시는 느끼게 된다.


딸을 자랑스러워 했으나 그 사랑을 내보임에 서툴렀던 짱구영감과 아버지를 사랑했으나 가족을 돌보는 일에 등한시했던 것에대한 미움도 사랑만큼 간직하게 되었던 엄마, 그들 속에 곧 다가올 이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그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딸과 아버지의 화해의 이야기라고 봐야 할까.  짱구영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오랫동안 수고하셨다는 말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딸,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주인공 가즈시의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속에서 엄마와의 이야기가 그려진 추억에 대한 모습의 책이다.   
참, 조용하면서 잔잔한 호숫가를 거닐고 있는 느낌의 책을 만났다.  짧은 두께를 가진 책으로 금새 읽을 수 있는 큰 부담감이 없는 책이다.  지금껏 허겁지겁 달려온 독서였다면 이번 한번쯤은 숨 고르기 위한 시간으로 이 책을 선택하여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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