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푸른물결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천년습작

2009. 6. 23. 16:5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천년습작 - 10점
김탁환 지음/살림
  김탁환, 그의 작품인 <열하광인>과 <혜초>로 인해 그가 나의 삶 안으로 그 어떤 걸림돌도 없이 거침없는 걸음으로 들이밀고 들어와 그 이름을 바위에 새겨놓듯이 수려한 흘림체로 박아놓았다.  유명작가 김탁환이라고 스스럼없이 말을 해도 거짓부렁이나 과함이 없는 저자이기에 그의 글쓰기 특강이 있는 책이라니, 그 어떤 기대감보다도 더 충만되어있는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첫 장을 넘기고 그렇게 몇 십장의 책장이 넘어가면서 조금은 멍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사실, 유명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기술을 세세하게 가르침받고자 한 마음으로 마주한 책이었기에 이 책에 담긴 그의 글쓰기 강의를 처음에는 따라가지 못 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내용이 아니었기에 길 잃은 양마냥 안절부절해 있었다고나 할까.  그는 이 책에서 글쓰기를 위한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런 특강은 없다.  그는 글쓰기를 하려면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그것을 이 책 속에 말하고 있을 뿐이다.  잘 쓰는 글쓰기의 요령을 배우고 싶었던 얄팍한 나의 급한 마음을 꾸중이나 하듯이 되레 그는 글쓰기를 위한 자세를 먼저 말해주다니 언제나 급한 나의 성격이 또 앞지르고 말았다.

 

  하긴 어린시절 내가 헤세에게 반했던 이유가 무엇이던지 다시 떠올려보면, 그의 이 글쓰기 특강은 순서를 제대로 지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이란 독자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하기에 책에는 인생이 녹여져 있어야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한 진실이 되어준다고 말이다.  글쓰기에는 인생이 담겨져 있고, 그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바로 서 있는 상태에서 글쓰기는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바로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글쓰기는 따듯함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기에 이 책에 역시 그 온기를 불어놓았다고 말이다.  글이 따듯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을 거침없이 수긍한다.  어린시절 편중되고 좁은 사고 속에서 책들을 읽어왔었고, 그러하기에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웅얼웅얼 욕지기를 삼켰던 경험을 여러번 가져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의 더미를 쌓아가면서 모난 모서리가 둥글어져가듯이 책이나 인생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러하기에 글쓰기나 책읽기에 있어서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는 것으로 그 시작점을 찍어오려 노력하던 요즘의 걸음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춤해 있던 그 걸음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비극적인 삶과 희극적인 삶도 불가능합니다.  철저한 고독은 철저한 불일치와 놀라운 비약을 낳고 돌이킬 수 없는 삶과 죽음을 만듭니다.  그것들의 가치를 읽어내는 것이 작가의 임무겠지요/131쪽] 절망의 이름을 느낄 줄 알아야 희망의 이름을 말할 수 있고, 어둠의 아름다움을 알아야 빛의 소중함을 말할 수 있듯이 고독은 비극과 희극을 정점 속에서 불타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나 보다.  고독은 비극의 몫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실은 인생 그 자체의 모든 것의 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역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도 그 이유가 있는 것이 맞는가 보다.  의미없는 것은 없고, 그 의미를 찾을 줄 아는 것에서 가치는 그 따듯함을 잉태하나보다. 

 

 [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155쪽] 책읽기를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나는 언제나 주관적이다.  하지만 글을 쓸때는 사랑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에 대해서도 증오에 대해서도 나의 감정에 치우친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이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  양면을 모두 알고 있는 것과 오로지 한면만을 알고 있는 것과는 천지차이일 것이에 말이다.  인생은 한면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나의 소리만이 아니라 너의 소리도 담아져 있는 것이 인생이기에 말이다. 

 

  글을 쓰는 것에 뜻을 둔 사람들이라면 천년습작을 각오해야 한다는 김탁환, 그의 글쓰기 특강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마음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맞추어 보자.

Comment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