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푸른물결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추억을 담은 도시락의 이야기 속으로...

2012. 8. 6. 16:25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도시락의 시간 - 8점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인디고(글담)

 

   요즘이야 급식 세대지만 우리 어린시절에만 해도 도시락을 싸다니던 때였다.   어느날은 친구의 도시락 밥통에 계란프라이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엄마에게 며칠을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오늘은 점심을 꼭, 챙겨먹어야 한다고 하길래 은근 계란 프라이가 아닐까 기대감으로 설레이며 점심시간을 기다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돌아온 점심시간, 하지만 열어본 도시락 밥통에는 기대했던 계란 프라이가 없었다.   어찌나 서운한 마음이 들던지 힘없이 숟가락에 밥을 올려 먹는데, 한 숟가락 두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 어느 순간부터 식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라, 싶어 도시락 밥통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더니 밥과 밥 사이에 노랗고 흰 계란 프라이가 살포시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사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엄마는 친구들에게 빼앗기지 말라고 밥 사이에 계란 프라이를 숨겨 주셨지만 어린 나의 마음은 점심 도시락 밥통을 열었을때, 떡 하니 위용을 자랑하는 계란 프라이를 기세등등하게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숨은 진심이 있었는데 말이다.   

 

  도시락을 싸다니던 세대라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매번 맛난 반찬을 싸오는 친구의 도시락이 부러웠던 순간이 있기도 했고, 늘 똑같은 반찬을 싸갔던 나는 도시락 반찬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 하시던 엄마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싸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간편한 도시락 반찬을 자주 넣어 주셨던 엄마, 요즘의 난 아주 가끔씩 도시락을 싸게 된다.    가족들을 위해 가끔씩이지만 도시락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들의 어린시절 그 정겨움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이센치료 직원의 독신남 고바야시 세이이치로는 우아하게 빵으로 점심을 싸왔고, 신혼초기에는 매일 도시락을 싸왔다는 사진가는 하루 벌이로 살던 시절이라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라기보다는 겨울 날 차가운 밥을 위장에 꾹꾹 구겨넣었던 기억만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키 투어 가이드인 이시자와 다카히로는 주먹밥으로 도시락을 싸는 것이 편하고 말한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도시락의 추억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들이 싸온 평범하기 그지없는 도시락이지만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남편의 도시락을 싸고, 혹은 아내가 깰까 혼자 주먹밥을 조심히 싸오는 남편의 이야기, 또는 어린시절에는 엄마가 도시락을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정성껏 싸주셨지만 어른이 되어 자취를 하면서 자신이 싸게 된 도시락을 보면서 엄마의 도시락을 떠올린 아가씨의 이야기 등등 평범한 매실 장아찌, 달걀말이, 나물조림 등의 반찬들을 밥과 함께 도시락에 곱게 넣어 점심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그들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도시락의 추억을 듣기도 하고, 오늘 싸온 도시락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등 평범하여 소담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들의 추억 이야기이기도 했다.

 

 

Comment

이전 1 2 3 4 5 6 7 8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