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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의 감금생활, 빼앗긴 유년시절...

2011. 12. 15. 16:55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도둑맞은 인생 - 8점
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문학사상사


  열한 살의 나이에 납치가 되었다가 스물 아홉의 나이가 되어서야 자유의 몸이 된 여인이 있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인생을 도둑맞았던 한 소녀의 이야기, 아니 이제 여인이 되어진 그녀의 이야기가 말이다.  

 

  18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어뱉은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래서 여경이 그녀에게 이름을 말하라고 했을때, 그녀는 도저히 이름을 소리로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단지 종이에 이렇게 적을 수 있을 뿐이었다.   제이시 리 두가드라고 말이다.

 

  어린 아이를 유괴하는 일이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가장 힘이 없는 이 어린 아이들을 못된 어른은 유괴를 하고 학대를 한다.   그것은 단순한 납치가 아니다.   이 책의 그녀가 말하듯이 송두리째 한 사람의 인생을 도둑질 하는 바로 그런 경악할 일인 것이다.   어떻게 감히 사람이 사람의 인생을 도둑질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행복하게 가족과 함께 어린시절의 순간들을 살아가야 할 아이에게.....제이시는 겨우 열한 살이었다.   엄마와 새아빠 칼과 같이 사는 것이 그리 탐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있고, 귀여운 여동생이 있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그런데, 그 가족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악몽처럼, 아니 악몽이다.....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 납치범은 아이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가 이 소녀를 유괴한 이유는 자신의 성노리개로 취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파렴치한 인간같으니라고......   정말이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유괴범의 아내 역시 남편의 이 나쁜 행동을 묵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동조하고 있었다고 말해야 할까...

 

  이 책은 18년 동안 유괴범에게 감금된 삶을 살아온 제이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가 필립의 집 뒷뜰에서 감금되어 살면서 딸아이 둘을 낳았고,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 18년의 이야기가 쓰여 있는 것이다.    당시 그녀 자신이 직접 쓴 일기도 실려 있는데, 그녀가 그리워하는 엄마를 향한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그녀가 납치될 당시, 여동생은 아기였었는데, 다시 만난 동생은 이제 열 아홉의 나이로 자라 있었다.   그래서 제이시는 동생과 함께 할 수 있는 어린 시간들을 필립에 의해 빼앗겼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난다.   그녀에게서 가족을 빼앗간 필립, 그녀에게서 행복해야 할 어린시절을 도둑질 해 간 필립.....그러나 제이시는 감금생활 동안 오로지 필립과 낸시에게만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필립이 없는 세상으로 나가는 일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일조차 그녀는 하지 못했다.   언제나 필립이 지시했고, 필립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해주었다.   필립의 말만 들으면 안전하게 살 수 있었다.    자유가 그리웠던 그녀였지만 실상 필립의 감금생활에서 벗어나는 일이 두렵기도 했던 그녀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필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금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한 아이의 인생을 빼앗은 못된 어른 필립, 그녀는 그가 가둔 세상 속에서 18년을 살았다.   두 명의 딸을 낳으면서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것은 고양이들이었을 뿐이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 속에서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아이, 자유를 그리워했지만 그 자유를 향해 용기조차 낼 수 없었던 아이, 필립은 그 아이의 유년시절만을 도둑질 한 것이 아니라 유년시절의 육체와 정신을 꽁꽁 묶어 놓아버린 것이다.   한 아이의 온전한 삶을 망가뜨린 나쁜 어른, 참 씁쓸한 세상을 직면하는 일은 숨이 턱하니 막혀 오는 일이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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