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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7 사형집행인 상송과 그를 쫓는 나가세. 그들이 바라던 세상.
어둠 아래 - 10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북홀릭(bookholic)

  

  그 남자는 나가세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나가세는 살해된 카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의 어린시절을 회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역시 어린 여동생을 아동살해범에게 잃어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그는 범죄자에 대한 증오를 가슴에 품으면서 경찰관이 되었다.   더이상 동생 에미같은 죽음이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동성폭행범의 전력을 가진 키무라가 목이 잘리고 배에 S자가 새겨진 채, 시체로 발견이 되었다.   그리고 날아온 범행성명문은 자신을 사형집행인 상송이라고 말했다.   상송은 아동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면 예전에 아이를 죽이고 상해를 입힌 인간을 산 제물로 삼겠다고 말한다.   이 학살은 사회가 정화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는데, 이런 상송의 범행성명문을 본 시민들에게서 그의 편을 드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된다.   악당을 물리쳐 주는 정의의 살인자, 살인자임에도 악당을 물리친다는 이유로 영웅이 되고 있는 상송.

 

  또 한 아이가 살해 되었다.   상송 역시 예전에 아이를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적이 있는 이토의 목을 자르고 배에 글자를 새긴다.   나가세는 이제 상송의 사건을 맡게 되었다.   경찰은 다음 상송의 범행대상자로 그 옛날 나가세의 동생을 죽였던 코사카임을 알게 되고, 나가세는 경찰이기에 자신의 동생 살해범을 되레 상송에게서 보호해주야하는 입장에 놓이고 만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가혹한 운명의 나가세이지 않은가.

 

  그 남자가 나온다.   물론 여기서 그 남자는 상송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송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자꾸만 한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자, 이 사람을 상송이라고 짐작해보라는 듯이....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노림수이다.   절대 그가 상송일리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그 남자가 자신의 딸과 함께 놀이공원에 갔을 때, 상송이 누구인지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독자들이 의심하기를 바라는 그가 아닌 진짜 상송의 존재를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끊임없는 노림수의 덫에 흔들릴 뻔도 했다.   그만큼 저자는 의심의 대상자로 확실하게 독자들을 몰아가 주고 있다.   그리고 결말, 그 결말을 만나는 순간 '헉~' 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어린시절, 영화에서 슈퍼맨이 악당을 물리치는 것을 보면서 그를 영웅으로 숭배했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상송을 보면서 그 역시 영웅인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악당을 물리치면, 그런 정의는 살인도 용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실현된 정의 속에서도 왜 여전히 책에서처럼 아동살해범은 멈추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상송은 자신의 살인만이 아동에게 상해를 입히고 죽이는 나쁜 사람들에게 경각심과 두려움을 일깨울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를 죽이면 너희들도 똑같이 죽임을 당한다는 것, 언제나 상송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동살해범들에게 말하고 있는 상송, 그의 정의는 진정 영웅적인 것일까.   그 남자에게도 딸이 있다.   그래서 그 남자는 더욱 이 사회가 그 어린 딸을 보살피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스스로가 사형집행인이 되어 피를 손에 묻히게 되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그 아이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내내 나가세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경찰이 된 그는 아동살해범을 잡고 싶은 심정이 그 누구보다 강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상송이 일으키고 있는 그 살인 사건을 보면서, 그는 사회의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해 버리고 만다.   내 안에도 상송이 있다고.....

 

  상송이 바라던 세상, 그리고 나가세가 바라던 세상은 과연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하지만 사형제도가 있다고 해서 살인이 사라지지는 않았지 않나.   상송이 사형집행인으로 활약한다고 해도, 여전히 아동살해범들은 살인을 저질렀다.  

  여하튼 결국 나가세는 자신이 바라던 세상을 두 가지의 의미에서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를 지닌 피해자 유족인 나가세는 사회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경찰이 되었다.     악당을 잡아 벌을 주는 경찰, 하지만 경찰은 아동살해범을 잡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와중에 다른 아동살인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래서 상송이 등장했다.    더이상의 아동살해범들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형집행인으로 나선 것이다.    상송이 등장해야 하는 사회라는 것이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상송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마음의 갈대를 만나게 된 책이다.   그래서 책을 덮는 이 순간, 잔상이 오래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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