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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와 버질'에 해당되는 글 1

  1. 2011.03.31 한때는 생명이었으나 이젠 박제가 된 베아트리스와 버질
베아트리스와 버질 - 8점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작가정신

  [파이 이야기]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의 책으로 그때처럼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베아트리스는 당나귀이고 버질은 고함원숭이인 것이다.   베아트리스는 배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여태 살아오면서 배를 본 적이 없으니 당연 먹어본 적 역시 없다.   그런 베아트리스에게 버질은 배의 모양이나 맛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그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헨리가 독자로부터 받은 희곡의 처음이다.

 

  헨리는 단 하나의 소설로 유명해진 작가이다.   그에게는 수많은 독자들로부터의 편지가 오고, 원고가 오기도 한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등장하는 이 희곡 역시 어느 독자가 그에게 보낸 원고이다.   은근히 그를 사로잡는 희곡, 헨리는 희곡을 보내준 독자를 찾아가게 된다.   그는 박제사로 헨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노인이었다.   박제사 헨리, 무심하고 무뚝뚝하고 여튼 살가운 면이라고는 없다.   다만 헨리에게 자신이 쓴 희곡을 낭독해주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구하는 것이 전부이다.   박제사 헨리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나오는 이 희곡을 쓰는데 평생을 바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오랜 세월을 수정하고 다듬으면서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박제사 헨리는 그의 희곡 속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박제를 헨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베아트리스와 버질을 박제하게 되었는지도 들려준다.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는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같은 느낌의 희곡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 차츰 박제사 헨리가 베아트리스와 버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느겨지게 된다.

 

  헨리는 홀로코스트적 관점의 책을 쓰고 싶어한 작가이다.   홀로코스트를 색다르게 다루고싶어했던 그, 박제사 헨리의 희곡을 보면서 그는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의 그 끝이 너무나 참혹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과 고문에 시달린 베아트리스와 버질, 희곡을 쓴 헨리가 박제사가 된 이유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이 저질러진 후 어떤 것이 구해질 수 있는지 그 의문을 풀기위해 증거를 남기고자 박제사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희곡을 살인이라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마음이 묵직해져 옴을 느끼게 되는 강한 바람이 일어나 스쳐감을 만나게 된 책이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즐긴 구스타프를 위한 게임은 작가 헨리에 의해 다시 탄생하게 된다.   구스타프를 위한 게임의 글은 마지막 장에 수록되어지는데, 무척이나 깊은 생각의 강을 건너게 만들고 있다.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이 등장하지만 그 동물들의 이야기가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배고픔과 두려움에 떨어대던 베아트리스와 버질, 그들은 박제가 되어 헨리의 가게 안에 있었고, 희곡의 그 주인공들이 되었다.   한때는 생명이었으나 이제는 박제가 되어 그때를 기억하게 만드는 베아트리스와 버질, 의미심장한 철학적 이야기가 담겨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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