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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1 빙점

빙점

2011. 5. 11. 02:11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빙점 - 10점
미우라 아야코 지음, 최호 옮김/홍신문화사


  게이조는 아내 나쓰에가 미웠다.   무라이와 단 둘이 있기 위해 어린 딸 루리코를 밖으로 내쫓아버렸고, 그런 상황이 결국 루리코를 사이시 쓰치오라는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내의 배신이 불러온 치명적인 불운, 딸아이를 죽게 만든 나쓰에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게이조였다.  

 

  게이조는 생각했다.   루리코를 죽인 살해범은 사이시 쓰치오지만 나쓰에와 무라이 역시 공범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을 배신한 아내를, 딸아이를 죽게 만든 아내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게이조는 그 복수로 루리코 살해범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게 된다.   딸의 살해범의 아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사랑으로 키워낼 나쓰에에게 언젠가는 밝혀줄 충격적 진실을 안겨주기 위해서....

 

  데려온 아이, 즉 루리코 살해범의 아이 요코는 게이조의 집에서 자란지 일곱 해가 되었다.   나쓰에는 루리코를 대신하여 온 사랑을 요코에게 쏟아부었고, 살해범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이조는 요코에게 사랑을 펼쳐내지 못하고 있다.   게이조는 평소 원수를 사랑하자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을 배신한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데려온 요코였지만 자신은 요코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하튼 게이조의 사랑은 없었지만 요코는 나쓰에와 오빠인 도루의 사랑만은 넘치게 받으며 일곱 해를 살아오게 되는데, 나쓰에가 우연히 진실이 토해져 있는 남편의 편지를 읽게 되고 만다.   충격 속에 사로잡힌 나쓰에, 이제 더이상 요코가 사랑일 수 없다.

 

  요코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나쓰에지만 남편 게이조에게는 모른 척 숨긴다.   절대 남편의 속셈대로 모든 상황을 이끌어 가고싶지 않은 그녀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요코를 사랑할 수 없는 나쓰에는 게이조와 도루가 보지 않는 곳에서는 요코를 냉정하게 대한다.   결국 엄마의 그런 변화된 냉담함을 느끼게 된 요코는 자신이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되지만 비뚤어지지 않은 채 살아가고자 한다.

 

  어느 날 도루는 엄마와 아빠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이 너무나 귀여워하며 사랑하는 동생 요코가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그 아이가 루리코의 살해범의 딸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도루는 요코의 가혹한 운명이 너무나 슬퍼지기 시작했고, 그런 마음은 요코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루는 요코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명망있는 병원장 게이조와 아름답고 내조 잘하는 나쓰에, 공부 잘하고 착한 아이들 도루와 요코라는 이 가족 구성원은 남들이 보기에 너무나 부러운 행복만이 가득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그 실상 속에는 아내의 배신에 치를 떨며 그 복수를 위해 딸의 살해범의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비열한 게이조가 있었고,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은 부정한 여인이 있었다.   행복한 가족처럼 보였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이조의 집이었다.

 

  나쓰에는 요코의 진실을 알기 전에는 요코의 천진한 선함을 아낌없이 사랑했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요코의 선함은 이제 더이상 선함으로 보이지 않았다.   살인자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에게 선함이란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요코는 누구보다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해온 아이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고결한 선함 속에서 살아온 요코, 그러하기에 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엄격하기만 했다.   20여 년 가까이의 세월을 게이조의 집에서 살아온 요코, 그녀의 출생의 비밀은 그녀의 빙점이 되고만다.

 

  살인자의 아이를 데려다 사랑으로 키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성경의 구절처럼 원수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의지에 의해 살인자의 딸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한 살인자의 딸이라고 해서, 죄인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내의 배신을 용서하지도 못한 게이조, 그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신념처럼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처음부터 요코를 데려다 키우지 말았어야 했다.   살인자의 피를 이어받은 요코였지만 얼마나 선하기만 하던가, 그러니 누구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따위는 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부모가 살인자라고 해서 자식 역시 살인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 그것은 누구의 진실이었던 것일까, 또는 무엇을 위한 진실이었던 것일까.   언젠가는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깊은 여운의 자락을 남긴다.

 

[기억에 남는 구절]

"하늘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야 한다는 권리를 부여했네.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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