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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별빛, 그 숭고한 고요함으로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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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게임 - 10점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바다봄

  이토 사치에는 가만 있어도 남자들이 안달하며 쫓아오는 그런 외모의 여성이다.   그러니 연애나 사랑에는 자신이 넘쳐 흐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 그녀에게 러브게임에 임해보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게임에 성공하면 1억 엔을 주겠다고 한다.   일 주일 안에 결혼약속만 하면 된다는 아주 쉬운 미션이다.   이토 사치에라면 넘치고 넘쳐 나는 것이 남자들이고, 그 남자들은 모두 사치에의 눈길 한번 마주 보는 것이 소원일 지경이니 이 어찌 쉽지 않은 미션이겠는가, 사치에가 청혼을 하는데 언감생심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어디에 있다고....

 

  사치에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요, 식은 죽을 먹는 것과 같은 일 주일 안의 결혼 약속을 받아내는 것, 지금 당장이라도 미션 완료라는 시시한 게임을 만들고 말 것이라는 자신감 충만이다.   정말이지 1억 엔이라는 돈을 그렇게나 쉽게 가질 수 있는 행운을 만나다니 사치에는 함박 미소만 짓게 되는 일이다.   우선은 5년 동안 사귀었던 잘생긴 남자 친구가 있으니 그에게 먼저 결혼하자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으니 사치에와는 헤어지기를 원하다나,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웃겨, 어디 감히 사치에를 찬다는 말인가 싶은 사치에지만 여튼 발에 걸리는 것이 그녀에게 안달해 있는 남자들이니 다른 남자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년의 애인이었던 남자, 그녀의 말이라면 모든 것을 다 들어 주었던 그 남자, 늘 결혼하자고 졸라대던 그 남자가.....웃겨, 감히 사치에를 찼다.   충격 속에 헤매이게 되는 사치에, 오래 전의 연인들에게까지도 모두 전화를 돌려 본다.   하물며 그녀의 첫 사랑, 오로지 사랑만으로 사랑했던 그 옛 연인에게까지도....

 

  다키자와 고이치에게도 말로만 듣던 러브게임의 참여 제의가 들어온다.   아내에게 24시간 안에 이혼 도장을 찍게 만들면 된다는 미션, 그의 말이라면 단 한번의 거역 없이 잘 들어왔던 아내이니만큼 쉬운 미션이다.   호박이 절로 굴러 들오듯이 1억 엔이라는 돈이 제 발로 들어오는 격이라고 할까.   아내 유우코에게 이혼하자고 말했다.   맛나게 차려진 카레 저녁 식탁에서, 하지만 아내 유우코는 절대 이혼을 해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알게 되는 아내의 과거, 충격적이었다.

 

  사랑의 본질이 궁금하다고, 진실한 사랑이 진정 존재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돈 많은 구로미야 쇼지는 러브게임을 시작했다.   그가 사랑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게 된 이유는 바로 한 여인때문이었다.   그가 너무도 사랑했던 여인 아즈사는 창녀였지만 그의 배경이 아닌 그 자신을 사랑해준 유일한 여인이었지만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며 새하얀 눈밭위에 빨간 핏방울들을 흩뿌리며 자살을 했다.   사랑한다면서 왜 그를 떠나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구로미야 쇼지, 그녀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현재 그에게는 아즈사의 쌍둥이 동생 히무로 사에가 함께 러브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러브게임의 참가자로 구로미야 쇼지는 사에를 선택했다.  

 

  이 책, 무척 재미나게 읽혀진다.   진정한 사랑의 존재를 알고 싶었던 한 남자의 집념이 만들어낸 러브게임, 하지만 그 게임의 참가자들은 모두가 사랑 앞에 허물어졌다.   결국 사랑이란 영원하지 않으며 변질되는 것이라는 진실에 직면하는 것일까.    아니다, 사랑이 영원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하는 그 순간은 진실이며 아름다움이다.   사랑의 순간에 미리 변질될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사랑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믿음이 없는 것이다.   믿음 없는 사랑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기에 변질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사치에와 고이치의 사랑만을 주제로 말하게 되지만 그래서 '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의 입장은 제쳐두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구로미야 쇼지가 언급을 해준다.   그러니 결국 이 책 안에는 다양한 사랑의 색깔이 나오고, 구로미야 쇼지가 그렇게 보고싶었던 진실한 사랑의 색깔도 비쳐있다.   어떤 형태이든 사랑 그 하나만을 이야기한다면 말이다.   

 

  구로미야 쇼지, 그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 채 자살한 아즈사의 그 선택의 이유를 결말에는 알게 된다.    사실, 그 선택을 나는 납득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니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 공감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사랑을, 행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니깐.    사랑은 변한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그래, 그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변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 그 순간만은 진실하다는 것을, 계산이 없는 순수한 사랑은 그 사랑의 유효기간 따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순간을 만끽하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진실한 사랑도 변하고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 사랑 그 자체의 순수가 찾아왔다면 그 진실함 하나만을 믿고 사랑을 붙잡아도 되지 않겠는가.   사랑을 시험하려 하기보다는....

  누구나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꿈 꾼다.   하지만 사랑은 미래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만들어가고 가꾸는 것이다.   순간 순간이 쌓이면 영원이 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찾아온 그 사랑의 진실을 믿고 그 순간에 충실한다면 그 순간이 영원의 사랑으로 종착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변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상대에게서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찾으려 말고, 내가 그에게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데...

  사랑의 본질을 알고 싶어했던 한 남자, 그의 러브게임을 통해 나 역시 사랑에 대한 생각을 가지는 시간을 가졌다.   내용과 문장은 가볍고 쉬우나 그 담긴 화두는 무척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자리에 남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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