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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꿈일까, 현실일까.

2011. 9. 23. 12:10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완전한 수장룡의 날 - 8점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남동생 고이치가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   그래서 아쓰미는 의식불명의 상태가 되어 있는 고이치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최첨단 의료기기인 SC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남동생을 만나고 있다.   아이하라는 정신과 전문의로 코마 워크 센터에서 혼수상태의 환자들을 카운슬링하고 있다.   아쓰미는 그녀와 매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어린시절 고이치와 아쓰미는 하루히코 할아버지가 있는 섬에 엄마와 아빠랑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의 암석해안 웅덩이에는 대나무 장대에 붉은 천을 매달아 두고는 했는데 고이치와 아쓰미는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고이치는 바로 그 대나무 장대를 건드리려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댔고 아쓰미는 고이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섬을 다녀온 이후, 아빠와 엄마는 이혼을 했다.   아쓰미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그녀가 만화가로 인기를 누리며 새집을 지으려고 할 때 직장암으로 돌아가시게 된다.   동생과의 의사소통은 그 일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고이치와 함께 있는 곳이 현실인지 혹은 그녀가 있는 곳이 꿈은 아닌지 아쓰미 자신도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도 헷갈리게 된다.   현실과 꿈이 공존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그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기만 하지만 여하튼 계속 아쓰미를 지켜보게 된다.

 

  아쓰미를 만화가로 데뷔시켜준 사람은 스기야마 였다.   그와 함께 연재될 만화들을 구상하고 인기작 반열에 올리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에게 마음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백을 하고만다.   거절 그리고 또 한 사람을 잃게 되어버리고....   그녀는 완전하게 혼자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샐린저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이란 책이 있다.   그 책의 주인공 시모어는 자신이 현실 속에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오르트기스 자동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이 책은 현실과 꿈을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는 아쓰미, 그녀가 시모어처럼 오르트기스 자동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해 의식불명이 된 동생 고이치와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주 전개이다.    매번 동생의 자살로 센싱이 끊어어지고 말지만 아쓰미는 현실 속에서 꿈 속에서 고이치를 만나고, 스기야마를 만나고, 그녀의 팬이었으나 자살을 시도한 유타카의 엄마 나카노 야스코를 만나며 그리고 소녀 미사키를 만난다.     

 

  인기 만화가였던 아쓰미, 그녀는 혼자라는 느낌에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결국 현실과 꿈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녀가 존재하는 여기가 어디인지 그녀는 알아야 했다.   또한 독자인 우리 역시 알고 싶었다.     그녀는 동생 고이치가 샐린저의 책 속 시모어처럼 오르트기스 자동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우리들은 아쓰미의 혼란스러운 선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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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 10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북홀릭(bookholic)

  

  그 남자는 나가세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나가세는 살해된 카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의 어린시절을 회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역시 어린 여동생을 아동살해범에게 잃어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그는 범죄자에 대한 증오를 가슴에 품으면서 경찰관이 되었다.   더이상 동생 에미같은 죽음이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동성폭행범의 전력을 가진 키무라가 목이 잘리고 배에 S자가 새겨진 채, 시체로 발견이 되었다.   그리고 날아온 범행성명문은 자신을 사형집행인 상송이라고 말했다.   상송은 아동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면 예전에 아이를 죽이고 상해를 입힌 인간을 산 제물로 삼겠다고 말한다.   이 학살은 사회가 정화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는데, 이런 상송의 범행성명문을 본 시민들에게서 그의 편을 드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된다.   악당을 물리쳐 주는 정의의 살인자, 살인자임에도 악당을 물리친다는 이유로 영웅이 되고 있는 상송.

 

  또 한 아이가 살해 되었다.   상송 역시 예전에 아이를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적이 있는 이토의 목을 자르고 배에 글자를 새긴다.   나가세는 이제 상송의 사건을 맡게 되었다.   경찰은 다음 상송의 범행대상자로 그 옛날 나가세의 동생을 죽였던 코사카임을 알게 되고, 나가세는 경찰이기에 자신의 동생 살해범을 되레 상송에게서 보호해주야하는 입장에 놓이고 만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가혹한 운명의 나가세이지 않은가.

 

  그 남자가 나온다.   물론 여기서 그 남자는 상송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송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자꾸만 한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자, 이 사람을 상송이라고 짐작해보라는 듯이....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노림수이다.   절대 그가 상송일리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그 남자가 자신의 딸과 함께 놀이공원에 갔을 때, 상송이 누구인지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독자들이 의심하기를 바라는 그가 아닌 진짜 상송의 존재를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끊임없는 노림수의 덫에 흔들릴 뻔도 했다.   그만큼 저자는 의심의 대상자로 확실하게 독자들을 몰아가 주고 있다.   그리고 결말, 그 결말을 만나는 순간 '헉~' 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어린시절, 영화에서 슈퍼맨이 악당을 물리치는 것을 보면서 그를 영웅으로 숭배했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상송을 보면서 그 역시 영웅인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악당을 물리치면, 그런 정의는 살인도 용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실현된 정의 속에서도 왜 여전히 책에서처럼 아동살해범은 멈추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상송은 자신의 살인만이 아동에게 상해를 입히고 죽이는 나쁜 사람들에게 경각심과 두려움을 일깨울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를 죽이면 너희들도 똑같이 죽임을 당한다는 것, 언제나 상송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동살해범들에게 말하고 있는 상송, 그의 정의는 진정 영웅적인 것일까.   그 남자에게도 딸이 있다.   그래서 그 남자는 더욱 이 사회가 그 어린 딸을 보살피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스스로가 사형집행인이 되어 피를 손에 묻히게 되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그 아이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내내 나가세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경찰이 된 그는 아동살해범을 잡고 싶은 심정이 그 누구보다 강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상송이 일으키고 있는 그 살인 사건을 보면서, 그는 사회의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해 버리고 만다.   내 안에도 상송이 있다고.....

 

  상송이 바라던 세상, 그리고 나가세가 바라던 세상은 과연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하지만 사형제도가 있다고 해서 살인이 사라지지는 않았지 않나.   상송이 사형집행인으로 활약한다고 해도, 여전히 아동살해범들은 살인을 저질렀다.  

  여하튼 결국 나가세는 자신이 바라던 세상을 두 가지의 의미에서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를 지닌 피해자 유족인 나가세는 사회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경찰이 되었다.     악당을 잡아 벌을 주는 경찰, 하지만 경찰은 아동살해범을 잡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와중에 다른 아동살인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래서 상송이 등장했다.    더이상의 아동살해범들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형집행인으로 나선 것이다.    상송이 등장해야 하는 사회라는 것이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상송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마음의 갈대를 만나게 된 책이다.   그래서 책을 덮는 이 순간, 잔상이 오래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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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가족놀이

2011. 9. 2. 16:56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R.P.G.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북로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는 한 가정에서 아내의 냠편이었고, 딸아이의 아빠였다.   가정이라는 따스한 울타리의 주춧돌이 되어주는 가장인 그가 25군데의 칼상처를 몸에 지닌 채, 피를 흘리며 죽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요즘의 현대사회에서는 핵가족화 속에서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그리고 자식은 자식대로 각각의 삶만을 산 채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살아가는 것인데, 하지만 실상 우리들은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 속에서 죽은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도코로다 료스케는 현실의 가족인 아내와 딸이 아닌 인터넷에서 만난 가상의 가족 구성원들과 가족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가족에게서 외로움을 느꼈던 그는 가상 가족들에게서는 좋은 아빠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행복을 찾아갔고 그런 료스케는 결국 살해를 당하고 만다.   누가 그에게 20여 곳의 칼상처를 낼만큼 분노하고 있었을까.

 

  도코로다 료스케는 오래 전부터 어린 여성들과 줄기차게 바람을 피워왔다.   아내였던 하루에는 그런 남편의 바람끼에 대해서 익숙해진 것인지 그 어떤 반감도 저항도 없이 이제는 무심하다.   딸인 가즈미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싫다.   아빠에게 길들여진 엄마의 모습이....

  료스케와 가즈미가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아무 것도 모르던 꼬마 아이였을 때는 부녀간이 무척 좋았었다.   하지만 가즈미가 자아를 가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서 아빠에게 길들여지려하지 않았고, 료스케와 가즈미는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져 버렸다.   결국 료스케는 인터넷에서 만난 닉네임 가즈미와 미노루를 자녀로 둔 아버지 역할을 그리고 어머니 역할의 미타 요시에와 단란한 가족놀이를 하게 된다.   진짜 가족이 안겨줄 수 없는 행복감을 가상의 가족에게서 느끼면서 가상 안에서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딸에게 좋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아가 강한 가즈미는 아빠에게 의지하는 연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료스케는 그런 딸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아이로 길들이고 싶어했다.     서로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아빠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가즈미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계속 드러내게 만들만큼...   꼭, 범인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아빠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목격했던 일이 떠올라 경찰에게 이야기했고, 그래서 매직미러를 통해 취조실에 있는 닉네임 가즈미와 미노루, 그리고 미타 요시에를 지켜보고 있다.

 

  이 책에는 [모방범]에 등장했던 다케가미와 [크로스파이어]에 등장했던 치카코 형사가 등장하여 각각 아버지와 엄마의 이미지를 소화해내게 된다.   인터넷에서 가상의 가족놀이를 하면서 그 안에 가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들의 역할을 해내었던 사람들이 료스케의 살인사건으로 경찰에 불려오게 되니 말이다.   현실 속에서 료스케의 진짜 딸인 가즈미는 아빠의 가족놀이 구성원들이 궁금했다.   아주, 아주, 많이.....    

 

  료스케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경찰에서는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덫 속에 서서히 다가서게 되는 범인.

  심문하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고 심문 과정 속에서 범인에게 자백을 이끌어내려 애쓰는 형사들이다.    착한 딸을 연기했던 닉네임 가즈미는 현실 속에서는 가족에게서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해주었던 료스케와 요시에도, 좋은 남동생 역할이었던 미노루 역시 모두들 현실의 가족들에게서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상적인 가족을 만들어 놀이를 하게 된 그들이지만, 그 가상의 놀이가 현실의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 결과가 일으킨 사건은 결국 료스케의 죽음이었다.

 

   반갑게 다시 만나게 되는 형사 다케가미와 치카코의 활약을 보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병으로 병원에 누워 있는 바람에 심문에 활약을 할 수는 없었지만 총 감독의 역할을 해낸 나카모토의 연출력을 확인하는 일도 재미났다.  

  범인은 정의를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누구든 이기심 때문에 남을 상처 입히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정의는 다케가미의 말처럼 보복일 뿐이다.   보복에 의한 살인, 범인은 그렇게 정의가 아닌 살인을 저질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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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소란스러운 보통날.

2011. 5. 29. 16:09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소란한 보통날 - 8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쓴 작가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한창 화제작이 되었을 때, 저자의 책을 저자의 책을 영화화한 것을 보았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는 이 시간은 무척 오랜만이다.   그녀의 작품들을 언제나 한켠에 그리움으로 두고 있었지만 어줍잖게 생겨나는 이핑계 저핑계 속에서 기회가 닿지 못 했었다.  

 

  [소란한 보통날]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미야자카 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이다.   아빠 미야자카 씨와 엄마 그리고 소요와 시마코 언니와 어린 남동생 리쓰가 고토코와 함께 살아가는 별 다를 것 없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이 별다를 것이 없듯이 이웃의 일상도 매냥 같은 것이 아닐까.   혹은 우리들의 일상처럼 그들도 비밀스러움을 하나 둘씩 간진하면서 집 담 밖을 나가지 못하게 가라앉혀 놓고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타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아름다워 보이기만 한 숲이지만 그 숲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아름다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들은 각각의 가정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 숨은 이야기들 속으로 그들만의 이야기 속으로, 그렇게 그들의 집 담벼락에 귀와 시선을 고정시켜 본다.   바로 미야자카 씨의 집 안으로....소란한 그 보통날들의 시간 속으로......

 

  가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다.   행복하게만 보이는 미야자카 씨네, 별다른 문제거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그의 집에서의 보통날은 하지만 소란하다.    밖에서 보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집 안의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보통날은 느닷없이 시마코가 미혼모의 아이를 입양해서 데려와 키우겠다고 말하는 소란스러움을 데려오고 만다.   보수적인 아빠는 딸의 소원을 마냥 들어줄 수만은 없다.

 

  큰 딸은 또 어떤가.   결혼하여 잘 살아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소요, 그러나 어느날 이혼을 하겠다며 집으로 짐보따리를 들고 와버렸다.   왜 이혼을 하려는 것인지 그 이유는 설명도 해주지 않은 채, 이혼을 선언하고 마는 소요, 동생들은 언니와 누나의 결정에 힘을 보태려하지만 엄마와 아빠에게는 쉬운 결정의 문제가 아니다.

 

  한가지 씩이라도 문제가 없는 집은 없다.   사는 모양새는 매냥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한없이 소란스럽기만 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버무려진 곳이 바로 모두의 가정사이지 않겠는가.   그들만이 가지는 진실이 있고, 그들만이 가지는 규칙이 있고, 그들만이 가지는 유머의 코드가 있다.   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그 속에서 맘껏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이고, 주저앉음에서도 다시 일으켜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바람잘 날 없는 곳이 우리 일반적인 가정집이지만 그 소란스러움이 사랑을 바탕으로 하여 이겨내어진다는 것 또한 알고 있지 않던가.   바람 한 점 없는 보통날도 있을 것이고, 소란한 보통날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집이나 이웃의 집이나 매냥 같은 사는 모습들.....다만 우리들은 기억하면 된다.   소중한 가족들이 있어 그 어떤 보통날이라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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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물결님,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입니다.
    연휴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푸른물결님의 리뷰가 6월 1주 <반디 & View 어워드> 에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어워드 관련 적립금은 이전에 보내주셨던 푸른물결님의 반디 아이디로 일주일 이내에 지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매주 <반디 & View 어워드> 선정작은 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페이지(http://www.bandinlunis.com/front/bookPeople/awardReview.do) 와 다음 파트너 view 베스트 페이지(http://v.daum.net/news/award/weekly)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날씨가 많이 덥긴 하지만,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 드림


러브게임 - 10점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바다봄

  이토 사치에는 가만 있어도 남자들이 안달하며 쫓아오는 그런 외모의 여성이다.   그러니 연애나 사랑에는 자신이 넘쳐 흐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 그녀에게 러브게임에 임해보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게임에 성공하면 1억 엔을 주겠다고 한다.   일 주일 안에 결혼약속만 하면 된다는 아주 쉬운 미션이다.   이토 사치에라면 넘치고 넘쳐 나는 것이 남자들이고, 그 남자들은 모두 사치에의 눈길 한번 마주 보는 것이 소원일 지경이니 이 어찌 쉽지 않은 미션이겠는가, 사치에가 청혼을 하는데 언감생심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어디에 있다고....

 

  사치에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요, 식은 죽을 먹는 것과 같은 일 주일 안의 결혼 약속을 받아내는 것, 지금 당장이라도 미션 완료라는 시시한 게임을 만들고 말 것이라는 자신감 충만이다.   정말이지 1억 엔이라는 돈을 그렇게나 쉽게 가질 수 있는 행운을 만나다니 사치에는 함박 미소만 짓게 되는 일이다.   우선은 5년 동안 사귀었던 잘생긴 남자 친구가 있으니 그에게 먼저 결혼하자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으니 사치에와는 헤어지기를 원하다나,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웃겨, 어디 감히 사치에를 찬다는 말인가 싶은 사치에지만 여튼 발에 걸리는 것이 그녀에게 안달해 있는 남자들이니 다른 남자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년의 애인이었던 남자, 그녀의 말이라면 모든 것을 다 들어 주었던 그 남자, 늘 결혼하자고 졸라대던 그 남자가.....웃겨, 감히 사치에를 찼다.   충격 속에 헤매이게 되는 사치에, 오래 전의 연인들에게까지도 모두 전화를 돌려 본다.   하물며 그녀의 첫 사랑, 오로지 사랑만으로 사랑했던 그 옛 연인에게까지도....

 

  다키자와 고이치에게도 말로만 듣던 러브게임의 참여 제의가 들어온다.   아내에게 24시간 안에 이혼 도장을 찍게 만들면 된다는 미션, 그의 말이라면 단 한번의 거역 없이 잘 들어왔던 아내이니만큼 쉬운 미션이다.   호박이 절로 굴러 들오듯이 1억 엔이라는 돈이 제 발로 들어오는 격이라고 할까.   아내 유우코에게 이혼하자고 말했다.   맛나게 차려진 카레 저녁 식탁에서, 하지만 아내 유우코는 절대 이혼을 해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알게 되는 아내의 과거, 충격적이었다.

 

  사랑의 본질이 궁금하다고, 진실한 사랑이 진정 존재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돈 많은 구로미야 쇼지는 러브게임을 시작했다.   그가 사랑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게 된 이유는 바로 한 여인때문이었다.   그가 너무도 사랑했던 여인 아즈사는 창녀였지만 그의 배경이 아닌 그 자신을 사랑해준 유일한 여인이었지만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며 새하얀 눈밭위에 빨간 핏방울들을 흩뿌리며 자살을 했다.   사랑한다면서 왜 그를 떠나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구로미야 쇼지, 그녀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현재 그에게는 아즈사의 쌍둥이 동생 히무로 사에가 함께 러브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러브게임의 참가자로 구로미야 쇼지는 사에를 선택했다.  

 

  이 책, 무척 재미나게 읽혀진다.   진정한 사랑의 존재를 알고 싶었던 한 남자의 집념이 만들어낸 러브게임, 하지만 그 게임의 참가자들은 모두가 사랑 앞에 허물어졌다.   결국 사랑이란 영원하지 않으며 변질되는 것이라는 진실에 직면하는 것일까.    아니다, 사랑이 영원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하는 그 순간은 진실이며 아름다움이다.   사랑의 순간에 미리 변질될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사랑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믿음이 없는 것이다.   믿음 없는 사랑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기에 변질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사치에와 고이치의 사랑만을 주제로 말하게 되지만 그래서 '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의 입장은 제쳐두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구로미야 쇼지가 언급을 해준다.   그러니 결국 이 책 안에는 다양한 사랑의 색깔이 나오고, 구로미야 쇼지가 그렇게 보고싶었던 진실한 사랑의 색깔도 비쳐있다.   어떤 형태이든 사랑 그 하나만을 이야기한다면 말이다.   

 

  구로미야 쇼지, 그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 채 자살한 아즈사의 그 선택의 이유를 결말에는 알게 된다.    사실, 그 선택을 나는 납득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니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 공감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사랑을, 행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니깐.    사랑은 변한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그래, 그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변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 그 순간만은 진실하다는 것을, 계산이 없는 순수한 사랑은 그 사랑의 유효기간 따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순간을 만끽하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진실한 사랑도 변하고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 사랑 그 자체의 순수가 찾아왔다면 그 진실함 하나만을 믿고 사랑을 붙잡아도 되지 않겠는가.   사랑을 시험하려 하기보다는....

  누구나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꿈 꾼다.   하지만 사랑은 미래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만들어가고 가꾸는 것이다.   순간 순간이 쌓이면 영원이 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찾아온 그 사랑의 진실을 믿고 그 순간에 충실한다면 그 순간이 영원의 사랑으로 종착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변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상대에게서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찾으려 말고, 내가 그에게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데...

  사랑의 본질을 알고 싶어했던 한 남자, 그의 러브게임을 통해 나 역시 사랑에 대한 생각을 가지는 시간을 가졌다.   내용과 문장은 가볍고 쉬우나 그 담긴 화두는 무척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자리에 남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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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지는 마을에서의 추억

2008. 8. 6. 19:11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저녁놀 지는 마을 - 8점
유모토 카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바움


이 책은 딸에게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 하는 무뚱한 아버지와 가족에게 무책임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지닌 딸 그리고 그 부녀 관계를 지켜보고 있는 손자인 주인공 가즈시가 읊조리고 있는 이야기이다.  읊조린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처럼 이 책은 잔잔한 시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옛날의 아버지들은 특히나 더 자식들과 살가운 관계로 지내지 못 했던 것 같다.  가족을 돌보는 일도 부족했고, 자식들을 사랑하는 일에도 부족했던 옛적의 아버지들 모습은 그러했던 것 같다. 


남편과 이혼을 하여 가즈시와 단 둘이서 저녁 놀을 따라가듯이 서쪽으로만 이사를 간 가즈시네.  그러던 어느날 짱구영감이라고 불리는 외할아버지가 나타나면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부모님의 임종을 지켜볼 수 없다는 이야기 속에서 짱구영감이 보란듯이 더욱 밤에만 또각또각 손톱을 깎아대는 가즈시의 엄마.  짱구영감은 밤에 잠을 잘 때도 모퉁이에서 웅크리고만 잤는데, 그 이유가 심장이 아파서 였다는 것을 뒷날에 알게 되는 가즈시....


엄마가 불륜으로 동생을 가지게 되고, 또 그렇게 동생을 뱃 속에서 잃게 되었을 때, 말없이 밖으로 나가 한 가득히 피조개를 잡아왔던 짱구영감, 그 마음이 곧 여태껏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 했던 짱구영감의 딸에대한 사랑 방식임을 가즈시는 느끼게 된다.


딸을 자랑스러워 했으나 그 사랑을 내보임에 서툴렀던 짱구영감과 아버지를 사랑했으나 가족을 돌보는 일에 등한시했던 것에대한 미움도 사랑만큼 간직하게 되었던 엄마, 그들 속에 곧 다가올 이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그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딸과 아버지의 화해의 이야기라고 봐야 할까.  짱구영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오랫동안 수고하셨다는 말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딸,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주인공 가즈시의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속에서 엄마와의 이야기가 그려진 추억에 대한 모습의 책이다.   
참, 조용하면서 잔잔한 호숫가를 거닐고 있는 느낌의 책을 만났다.  짧은 두께를 가진 책으로 금새 읽을 수 있는 큰 부담감이 없는 책이다.  지금껏 허겁지겁 달려온 독서였다면 이번 한번쯤은 숨 고르기 위한 시간으로 이 책을 선택하여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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