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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8 고립된 펜션, 그곳에 살인자와 함께 있게 되었다.

고립된 펜션, 그곳에 살인자와 함께 있게 되었다.

2011. 4. 28. 19:54 | Posted by 물꽃하늘 푸른물결

 
폭설권 - 8점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북홀릭(bookholic)

  카와쿠보는 히로오 서 시모베츠 주재소에서 근무한 이래, 이처럼이나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을 본 것이 처음이다.   겨우 2년여의 근무기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이 지역에서 매년 있던 히간아레[폭풍우,폭설] 중에서도 엄청난 히간아레를 맞은 겨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폭설은 몇 몇의 사람들을 그린루프라는 펜션으로 몰아넣게 되는데, 펜션에서 고립된 그 몇 몇의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살인자가 끼여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20대의 건장한 남성 아키라는 중년의 남성과 함께 토쿠마루의 집에서 현금을 훔치는 강도짓을 벌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아키라는 토쿠마루의 아내를 총으로 살인하게 되고, 그 일로 인해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가 거센 눈발을 피하지 못하고 그린루프라는 펜션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아케미는 남편이 있지만 미팅 사이트에서 만난 스가와라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그녀이지만 끈질기게 만남을 요청하는 스가와라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와의 만남을 위해 찾아간 곳이 바로 그린루프 펜션이다.  

  미유키는 재혼한 엄마와 새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만 새 아빠의 노리개감으로 지내고 있다.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없는 미유키는 가출을 단행하고 얻어탄 차에는 젊은 남성 야마구치가 있다.   그들 역시 거센 눈발을 뚫고 나갈 수 없어 그린루프의 문을 들어서게 된다.

  니시다는 병을 얻은 시한부 인생의 중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회사의 금고에 있는 거액을 훔쳐 달아날 생각을 하고 차를 몰았지만 그 역시 쌓여가는 눈발 속에 통행 불능 상태의 도로를 뚫고 나아갈 수는 없다.   그가 찾게 된 곳은 펜션 그린루프 이다.

  펜션 그린루프는 노리코와 마스다가 운영하는 곳으로 예약자는 노부부 한 커플 뿐이었다.   유례없는 폭설 중에 펜션의 보일러가 고장이 나고 투숙객들은 난로가 있는 레스토랑에서만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한 자리에 모여 있던 그들이 티비 속의 뉴스를 통해 자신들과 함께 있는 손님 중의 한 젊은이가 바로 수배 중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펜션의 공기는 추위를 덮어버린 공포로 휩감기게 된다.

 

  사연 있는 사람들이 폭설 속에 모여든 그린루프 펜션, 원하지 않게 고립된 그들은 살인자와 함께 보내는 하룻밤을 견디어 내야 했다.   그 살인자는 이미 한 사람을 죽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들이 있는 그곳에서도 그는 한 사람을 죽였다.   거침없이 살인을 행하는 아키라, 카와쿠보는 현 상황을 알면서도 폭설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움직일 수가 없다.  

 

  사사키 조의 경찰소설은 [제복수사]에 이어 두번 째 읽게 되는 책이다.   그래서 카와쿠보 경관을 만나는 것 역시 이번이 두번 째라, 친근함이 느껴진다.    고립된 펜션에서 살인자와 마주하게 된 사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튀는 것이 없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다.   특히 니시다의 이야기는 끝이 궁금한 부분이다.   나의 예상대로 이어지는 것일지 아닐지, 이런 호기심이 이 책에서 느낀 가장 강렬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펜션에 고립된 투숙객의 각각의 사연이 살인자와 연계지어지면서 어떻게 실타래가 풀려져 나가는지 그 찰나들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뜻하지 않게 살인자의 인질이 된 그들이지만, 그렇게 인연이 닿을래야 닿을 수 없는 그들이었지만 펜션이라는 한 공간 속에서 그 각각의 인연은 개개인에게 어떤 작용으로 드러나게 되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절망 속에서 모인 그들이었다.   펜션이라는 곳에 폭설로 고립되었지만 그들의 인생 역시도 고립 상태의 나락 속에 갇혀 있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한번의 실수가 자신의 삶을 옥죄고 있는 불륜의 한 여인과 새아빠에게 성적 노리개가 되었던 한 소녀, 시한부 인생의 중년까지, 그들은 처해 있던 삶이 고립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절망적 고립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들이지 않던가.   그들이 마주하게 된 살인자 아키라, 아키라와의 펜션에서의 고립은 그들 각자에게 이제부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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